요즘 운동할 때 듣는 노래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피트니스 센터. 예전에도 느낀 거지만 피트니스 센터의 선곡은 대개 기대이하일 때가 많다. 불특정 다수인 회원들의 입맛을 하나하나 맞춘다는 것이 불가능하도 하고, 격한 운동이 주를 이루는 장소답게 주로 비트가 강한 클럽(나이트)용 댄스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간혹 트레이너의 취향에 따라 락이나 힙합이 등장하기는 하나 이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문 경우다. 게다가 볼륨은 왜 그렇게 크게 키워 놓는지. 음악소리가 엄청나게 큰 센터에 다닌다거나, 또는 그 볼륨을 약간만 줄여달라는 조심스런 요청이 30분 내에 은근슬쩍 무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라면 어렵겠지만, 대개의 경우 본인의 mp3p를 통해 약 한 시간 반 가량의 운동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비트 소리는 엄청나게 강조되었음에도 들을수록 힘 빠지는 클럽음악, 이것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운동할 때 G3를 사용하는데, 또 다른 mp3p인 D2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곡의 앞뒤 이동과 볼륨조절을 주머니 속에서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4기가짜리 용량이 거의 필요 없을 만큼 운동시간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고. 1기가짜리 G3에 늘 습관대로 앨범별로 채워 넣는다 해도 앨범 두 장 정도만 들으면 운동시간은 끝난다. 그러나 mp3p라는 기기는 인간을 조바심 나게 만들어버렸다. 한 장을 곧이 다 듣기엔 기기는 너무나 편리하다. 어느새 조그버튼을 앞뒤로 움직이는 나의 손가락. 고로 몇 곡을 건너 뛰다보면 앨범 몇 장은 채워 넣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길게 돌아온 본론. 요즘 운동할 때 듣는 앨범 몇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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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음반은 Incubus의 [Morning View].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인큐버스의 앨범이다. 한눈에 봐도 테스토스테론 분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생김새의 멤버들은 둘째 치고라도, 이들의 2001년 앨범 [Morning View]의 색깔도 펌핑에 적합하진 않게 들린다. 즉 이 앨범은 스트레칭과 워밍업 용. 부상도 예방해주고 근육의 가동범위도 높여주는 스트레칭엔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를 쓰는데, 1,2번 트랙인 ‘Nice To Know You'와 ‘Circles'를 편안하게 듣다보면 어느새 지나가는 시간이다. 트레드밀에서 보내는 가벼운 워밍업 시간은 이후 곡들인 'Wish You Were Here'와 ’Blood On The Ground'가 책임진다. 중간에 조그버튼으로 스킵하는 ‘Just Phase'와 ’11am'은 너무 편안해서 음악에 깊이 심취하다간 트레드밀에서 굴러 떨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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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워밍업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벤치 프레스, 혹은 풀업, 혹은 스쿼트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시작점엔 힘을 쓰기 위해서라도 좀 강렬한 기타리프가 필요하다. 나의 마음 저 구석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마초를 깨워내려면 역시 마초가 필요. 헤비메탈 마초라면 역시 잭 와일드! 고로 웨이트 트레이닝의 시작은 Zakk Wylde's Black Label Society의 2002년도 앨범 [1919 Eternal]로 출발한다. 첫 곡인 ‘Bleed For Me'에서부터 잭 와일드의 강력한 16비트 리프가 들려온다. 기타와는 다르게 큰 점만 찍어주는 4비트의 드럼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솔로 타임. 식도에 대퇴사두근을 박아 넣은 듯한 잭 와일드의 목소리도 한껏 운동의욕을 고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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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별로 내키지 않는 곡들을 스킵하다보면 앨범 한 장으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맞춰진 40분의 시간에 조금 부족하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슬슬 근육의 피로도도 올라가서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 더 정신을 깨워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럴 때 꺼내드는 앨범이 바로 Judas Priest의 [Painkiller]! 사실 이 앨범은 운동에 있어서 나의 ‘올 타임 훼이보릿’이나 마찬가지다. 이 앨범만큼 각 세트의 횟수를 한 번 씩 더 얹어주는 음악은 없다. 롭 핼포드의 두통을 일으키는 절규와 글렌 팁튼의 귀를 찢는 솔로, 거기에 사정없이 심장을 두드리는 스캇 트래비스의 더블 베이스 드럼이 섞이면 그 모든 금속성 자극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진통제’가 된다. 무거운 바를 어깨 너머로 올릴 때면 그 효과는 더더욱 좋다. 앨범 [Painkiller]는 그야말로 순수하게 정제된 양질의 헤비메탈로 가득해서 딴 생각 안 하고 한 곳에 힘을 쏟기에는 제대로인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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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Hell Patrol'과 ‘All Guns Blazing', 그리고 'Metal Meltdown'까지 듣다보면 웨이트 트레이닝은 대충 마무리 된다.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트레드밀에서의 혹독한 유산소 운동. 운동을 쉬는 동안 이때다 하고 붙어버린 옆구리살과 하복부는 웨이트 트레이닝만 백날 해봐야 쉽사리 떠나주지 않는다. 그들이 유일하게 싫어하는 것은 공포의 ‘유ㆍ산ㆍ소ㆍ운ㆍ동’! 기간을 길게 잡고 하루에 적어도 30분은 뛰어줘야 걔네들을 조금씩 야금야금 떼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트레드밀에서 뛰고 있는데 이럴 때 갑자기 벤치프레스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음악은 곤란하다. 그래서 선택한 음반은 Toto의 최근 앨범인 [Falling In Between].

작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토토로서는 강력한 사운드를 내고 있지만, 앞의 두 팀에 비해선 귀여운 정도. 그러나 앨범에서 버릴 곡이 없을 만큼 듣기 좋아서, 귀찮게 이리저리 조그버튼을 굴릴 필요 없기에 알맞은 음반이다. 트레드밀 도중 주머니, 혹은 팔에 부착한 mp3p에 손을 댄다는 것이 때로는 번거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좋은 음반을 처음부터 틀어놓고 앨범 한 장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지루한 트레드밀 시간은 지나간다.

음악과 함께 운동이 모두 끝났으면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일단은 이 레퍼토리로 며칠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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