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Richie Kotzen: Slow (2001)

여기 신이 공평하지 않다는 증거가 있다. 기타키즈를 열광시킨 휘황찬란한 연주력에 가슴을 울리는 소울풀한 보컬능력, 게다가 여성들에게 충분히 어필 할 만큼 잘생긴 외모까지 갖춘 이가 앞에 서 있다면 평범하게 태어난 당신은 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적어도 내 심정은 그렇다. Richie Kotzen은 그런 질투심을 유발하는 기타리스트, 싱어송라이터다.


80년대의 헤비메탈계는 Eddie Van Halen, Yngwie Malmsteen등으로부터 촉발된 비르투오소 기타리스트들의 격전장이었다. 마치 누가 1박안에 가장 많은 음을 구겨 넣을 수 있는지 경쟁하듯 연주해 온 이 시기의 수많은 기타히어로들은 결국 90년대를 맞이하면서 얼터너티브, 그런지의 철퇴를 고스란히 맞게 된다. 7살 때부터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해 18세가 되던 해인 1989년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을 발표한 리치 캇젠은 말하자면 그 끝자락을 장식하는 기타 비르투오소였던 셈이다. 이후 C.C. Devil이 탈퇴한 Poison의 기타리스트로 영입되기 전까지 그는 기타연주앨범을 주로 제작했던 쉬래프넬Shrapnel 레이블에서 3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한다.


리치 캇젠이 가세한 Poison은 1993년 앨범『Native Tongue』을 발표하고,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에 13주 동안 머무르며 이후 플래티넘을 기록하게 된다. 인기밴드 Poison으로서는 다소 실망스런 성적이었으나 리치로선 미국 내에서의 그의 경력 중 가장 큰 성공이었다. 그의 Poison에서의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는데 당시 밴드의 드러머였던 Rikki Rockett과 여자를 둘러싼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Poison 을 탈퇴한 이후 리치의 음악적 관심사는 더 이상 현란하고 복잡한 기타연주가 아니었다. 이후 발매되는 솔로 앨범들에는 블루스와 소울, 펑크Funk에까지 뻗어있는 그의 음악적 욕심이 담겨져 있는데 심지어는 퓨전 기타리스트인 Greg Howe와의 협연, 재즈계의 명 베이시스트 Stanley Clarke과 결성한 Vertú등을 통해 퓨전재즈계열의 음악신에서도 활동을 이어나갔다. Vertú의 셀프타이틀 앨범을 발표했던 1999년, 그는 80년대가 낳은 또 한명의 기타히어로 Paul Gilbert가 빠져나간 Mr. Big에 합류한다. 이후 두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팀이 해체되는데 전임자인 Paul Gilbert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준 리치 시기의 Mr. Big은 특히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Mr. Big의 마지막 앨범 『Actual Size』와 같은 해인 2001년 발매된 본작은 블루스, 소울, 펑크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을 알수 있는 작품이다. 수록곡들의 분위기는 다소 팝적인데, 실제연주가 아닌 프로그래밍을 통해 완성한 곡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이 난다. 그러나 앨범에서 들려주는 리치 캇젠의 멋들어진 기타연주는 여전히 그를 뛰어난 기타리스트로 기억하는 팬들에게 즐거운 감상포인트가 될 것이다.

블루지한 느낌이 살아있는 38초짜리 연주곡 “Ohio"가 끝나면 기타솔로로 시작되는 ”Scared Of You"가 이어진다. 이 곡에서의 기타 전주, 간주, 후주는 특히 멋진데 간혹 리치의 보컬 스캣과 병행되는 진행이 흥미롭다. 폭발적인 리치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Gold Digger", 그의 환상적인 레가토 주법을 확인할 수 있는 연주곡 ”The Answer"가 지나면, 본 앨범의 타이틀곡 “Slow"가 청자를 반긴다. 그나마 록적인 분위기가 남아있던 전반부와 달리 앨범 후반부의 곡들은 더욱 팝적이다. 듣기 좋은 발라드 곡들인 ”I Don't Wanna Lie", "Come Back (Swear To God)", “Let's Say Goodbye"등은 그의 출발점이 과연 어디였는지를 의심케 할 만큼 팝에 가까운 노래들이다. 리치는 음반의 말미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선물을 선사하는데 2분 남짓한 러닝타임의 ”Conflicted"가 바로 그것이다. 재즈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타연주로 곡을 시작한 후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강하게 오버드라이브가 걸린 기타솔로가 이어진다. 마치 Vertú에서의 그의 연주를 떠올릴 만큼 재즈적인 기타연주곡이다.

리치 캇젠은 이 앨범 이후에도 여러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했으며 최근에는 Forty Deuce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앨범을 발표하는 한편,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시리즈의 OST를 자기식으로 해석한 앨범 『哀戰士 ZxR』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블루지한 색채는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Richie Kotzen:
Slow
(2001)

01. Ohio
02. Scared Of You
03. Gold Digger
04. The Answer
05. Slow
06. I Don't Wanna Lie
07. Got It Bad
08. I Can Make You Happy
09. Sapphire
10. Come Back (Swear To God)
11. Rely On Me
12. Let's Say Goodbye
13. Conflicted

 

* 이미지출처 www.richiekotzen.com

* 참고사이트
www.richiekotzen.com

www.allmusic.com

www.billbo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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