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dust / 스타더스트 (2007) - 황홀히 빛나는 원숙한 별들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롤플레잉 게임이라면 모를까, 판타지 장르를 영화로 만난다는 것이 썩 즐거운 일은 아니다. 창작자의 상상력에 완전히 의존하는 이 세계에 온전히 빠져든다는 것은, 그것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상상력의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하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화면에 보여지는 그대로 믿는 태도가 이 판타지 장르를 관람하는 올바른 자세다. 영화 <스타더스트>가 나에게 판타지 영화로서가 아니라 다른 부분을 통해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그 이유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스타더스트>의 이야기, 즉 청년 트리스탄(찰리 콕스)이 하늘에서 떨어진 별 이베인(클레어 데인즈)을 ‘주워’, 그가 좋아하는 빅토리아(시에나 밀러)에게 전해주려다, 되레 별과 사랑에 빠지고, 알고 보니 이 얼뜨기 청년이 왕족이었더라, 는 이 영화에 흥미 있는 구석이라곤 미셸 파이퍼의 해골 같은 분장과 로버트 드 니로의 복장도착 밖에 없었음을 밝히지 않을 길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내 취향 탓인 것이다. 새삼 닐 게이먼의 기발한 상상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나(나 같은 미천한 상상력의 소유자는 이런 이야기는 꿈에도 만들어내지 못할 테니까), 영화를 보는 행위에 이토록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때론 엉뚱한 지루함을 만들어 낼 때도 있는 법이다.

 


다만 나름 호화로운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의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영화 자체의 매력에 비교해볼 때 때론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이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 두 배우, 미셸 파이퍼와 로버트 드 니로의 ‘망가짐’이 그것이다. 헐리웃의 거대 배우인 두 사람이 <스타더스트>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현실에서의 그들의 존재감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맛있게 버무린 일종의 ‘반전’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헐리웃의 노장 배우들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젊음에 집착하고, 경력이 오랠수록 어깨에 힘이 가득하리라 여길 관객들의 예상을 철저히 뒤엎는 것이다. 트리스탄이 마녀 라미아와의 대결에서 이길 것이 분명함에도 은근히 저 이베인의 가슴에서 한번쯤 심장을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고약한 상상을 하는 것(제발 오해하지 마시길, 이 영화의 상상력이라면 피를 보이지 않고도 꺼낼 수 있으리라)도 그 때문이다. 또 영화를 다 본 후, 트리스탄과 이베인이 아니라 레이스 달린 드레스를 입고, 화장까지 한 채, 춤추고 노래하는 캡틴 셰익스피어의 모습만이 다시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야기의 주체에서 다소 옆으로 선 ‘별의 부스러기’가 이토록 빛나는 데, 정작 별 자신은 ‘황홀함’을 간직하지 못한 것이 이 영화의 한(恨)이라면 한이겠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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