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hine / 선샤인 (2007) - 생명의 빛을 향한 흥미진진한 임무

대니 보일의 <선샤인>은 태양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인간을 그린다. 죽어가는 태양으로 생명의 빛을 잃어가는 지구를 위해 쏘아 올려진 이카루스 2호는, 태양의 활동을 재개시킬 거대한 폭탄을 싣고 빛의 진원지를 향해 떠난다. 우주공간에서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영화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리라 기대되는 이 여정은 어두운 미래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선샤인>은 때로는 폴 앤더슨의 <이벤트 호라이즌>을, 때로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투 마스>를 연상시키며, 우주에서의 고립이 가져다 주는 인간적인 공포를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각자의 역할을 맡은 채 모인 8명의 대원들은 점차 심리적인 압박감에 대면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들의 임무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부담과, 폭탄을 실은 우주선과 자신들 이외엔 이 미지의 공간에 그 어떤 존재도 없으리라는 고독감에서 유발되는 것이다. 대원들은 점차 조바심을 내고, 임무는 조금씩 틀어진다. 더구나 1차로 발사되어 같은 임무에 실패한 이카루스 1호로부터 조난신호를 받은 후, 이카루스 2호는 본격적인 갈등의 무대가 된다. 의견은 갈라지고 대원들은 서로를 불신한다. 사라진 지 몇 년이나 지난 이카루스 1호의 승무원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정말 살아있을까.

 


<선샤인>은 이렇듯 우주를 무대로 한 장르영화의 특성을 살린다. 심리적 갈등의 심화와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여, 우주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한껏 이용하는 것이다. 관객이 받아들이기에 이것은 그리 새롭진 않지만, 대니 보일은 여기에 우주라는 자연을 향한 숭고한 시선을 드리우면서 영화의 방향을 남다르게 유지한다. 가령 이카루스 2호의 대원들이 태양의 빛을 필터로 걸러 온 몸으로 느끼는 장면이나, 이것이 다시 결말의 이미지와도 연결될 때, <선샤인>이 태양을 그저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항성으로만 그리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태양은 때론 종교적인 시각이 느껴질 정도로 경외와 숭고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거기에 대원들의 희생과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태양의 부활은, 인류를 향한 구원의 손길로 드러난다.


영화 속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선샤인>의 재미다. 가장 비중이 큰 인물로 물리학자 캐파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와 <판타스틱 포>의 요란한 수퍼히어로 크리스 에반스가 분한 메이스의 대결이 흥미롭다. 여기에 아시아계 배우로서 헐리웃에서 나름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양자경과 사나다 히로유키의 모습이 반갑다. 특히 사나다 히로유키는 결단력 있고 희생정신이 돋보이는 함장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연기한다. 아름다운 로즈 번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 <선샤인>은 비록 햇빛만큼 찬란하진 않아도 고유의 빛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를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다.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