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Mome / 라 비앙 로즈 (2007) - 삶과 예술 사이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아티스트의 삶을 영화로 재현하는 데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필수인 것 같다. 첫째는 그의 생애가 오로지 성공으로만 점철된 것이 아니라 드라마틱하면서도 비극적인 좌절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아티스트를 재현하는 주연배우의 높은 연기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전자야 한 사람의 일생을 상업영화의 틀 속에서 재현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요소인 것이 분명하고, 후자는 그런 주인공의 실제 삶과 영화적 허구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반드시 따라와야 하는 부분이다. 즉 아티스트를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에 따라 관객이 영화적으로 재현된 그의 인생에 기꺼이 동참하여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에디뜨 삐아프의 삶의 굴곡을 훑는 <라 비앙 로즈>는 주연배우인 마리온 꼬띠아르에게 너무나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가수의 생애를 20대에서부터 노년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재현하고 있는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의 다른 모든 부분을 압도한다. <라 비앙 로즈>가 어느 픽션의 주인공 못지않게 불행한 출생과 어두운 유년, 그리고 위기와 성공의 이중주로 점철되어 있는 에디뜨 삐아프의 실제 삶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다양한 굴곡만큼이나 숨쉴 틈 없는 그녀의 인생이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에 부담스럽지 않게 드러나는 이유는 모두 마리온 꼬띠아르의 소름 끼치는 연기 덕분이다. 그 한 예로 만약 에디뜨의 20대 재현장면이 이 영화에 없었다면, 그리고 마리온 꼬띠아르의 프로필을 미리 접하지 않고 영화를 본다면, 영화 속 에디뜨의 나이는 모두 배우의 나이와 똑 같이 느껴질 것이다.

 


<라 비앙 로즈>에서 주연 여배우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에디뜨 삐아프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여가수만이 등장할 뿐이다. 이렇게 마리온 꼬띠아르가 영화 속에 자신을 완전히 녹여내면서 <라 비앙 로즈>를 아티스트에 대한 성공적인 재현으로 완성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면, 올리비에 다한의 연출은 이 파란만장한 인생을 현실과 예술이 버무려진 환상의 공간 속에 효과적으로 담아내는데 성공한다. 특히 뮤지션의 영원한 고향인 무대와 주인공의 실제 삶을 연결하여 연출하는 부분은, 현실의 슬픔을 무대 위에서 한 단계 더 거쳐내야만 하는 예술가로서의 에디뜨 삐아프의 운명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예컨대 그녀의 연인인 막셀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후 에디뜨의 집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컷 없이 그녀의 무대로 연결되는 부분 등이 그렇다.


본래 누군가의 생애를 다룬다는 것은 결말을 미리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말하는 것과 같다. 또한 보수적이긴 하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내러티브에 붙잡혀 있을 때 그 말은 더욱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 비앙 로즈>같은 영화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아티스트가 겪었던 사건의 나열만이 아니다. <라 비앙 로즈>는 현실의 반영,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예술가의 경험의 표현으로서의 예술을 묘사하는 데에도 꽤 많은 힘을 들인다. 그녀의 슬픔은 모두 무대 위에서 감동의 결과물로 탈바꿈되며, 무대는 삶과 예술이 교차하는 중요한 장이 된다. 여기에 영화 속 에디뜨 삐아프의 모습이 현실의 그것과 놀랄 만큼 흡사하리라 믿게 되는 것을 주연 여배우의 공으로 온전히 돌린다면, <라 비앙 로즈>가 하나의 전기(傳記)영화로서 더 이상 이룩할 것은 없어 보인다.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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