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2 : 골든 아미 / Hellboy II : The Golden Army

* 스포일러 포함

일개 관객으로서 너무나 쉽게 결론 내리는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길예르모 델 토로의 <헬보이2>는 얼핏 그의 이전 작품 <블레이드2>를 연상시킨다. 두 작품엔 일단 인류를 구원 또는 보호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본질적으로 스스로가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주인공들이 있다. 악마인 헬보이와 뱀파이어인 블레이드. 이 어둠의 영웅들은 선과 악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운명을 타고난다. 또 하나, 두 영화는 이른바 지하세계의 왕족이 자신의 종족을 배신하고 영화의 메인 악당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블레이드2>의 노막이나 <헬보이2>의 누아다 왕자 모두 자신들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주인공에게 대항한다(재미있게도 노막과 누아다는 같은 배우(루크 고스)가 연기한다). 그래서인지 누아다의 등장은 은근히 노막의 첫 등장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첫 장면에서부터 왕자의 품위를 지키려는 누아다가 노막의 턱이 선사했던 그 충격적인 첫인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분명히 <헬보이2>는 <블레이드2>보다 좀 더 가벼운 터치로 완성된 영화다. 헬보이 ‘레드’는 블레이드에 비해 덜 계산적이고 더 충동적인 캐릭터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는 아랑곳 없이 임무수행 중에도 카메라를 통한 연출을 즐기고 불 같은 리즈와의 사랑싸움에도 여념이 없다. 마치 어둠 속 그림자처럼 은밀히 활동하며 변변한 로맨스 없이 외로이 살아가는 블레이드와는 그 성격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래서 헬보이와 동료들의 활약은 기괴함 속에서도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헬보이는 그 큰 덩치와도 상반되는 순수한 모습 때문에 더 친근하다.

 


<헬보이2>는 ‘레드’의 종횡무진 주먹날림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시원시원한 쾌감을 선사하지만 한편으론 감독의 앞선 작품은 물론 몇몇 다른 영화들의 요소들을 끌어다 쓴 느낌도 들어 아쉬움이 있다. 누가 봐도 <반지의 제왕>의 구도와 흡사한 황금부대 왕관의 이야기는 물론, 헬보이가 몸담고 있는 BPRD 본부의 스케치 장면도 <맨 인 블랙> 시리즈의 그것과 유사하다. 감독의 장난스런 의도였는지 아니면 원작과의 관계 속에서 탄생한 설정인지 모르겠으나 영화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부분은 아닌 듯 하다. <헬보이2>가 에이브 사피엔, 요한 크라우스 등 여타 히어로영화와 차별되는 독특한 캐릭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면서도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 참조 내지 모방에 가까운 부분들 때문이다. 어디서 본 듯한 식상함은 시리즈의 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악마, ‘레드’의 여정은 계속될 것 같다. 일단 <헬보이2>에 대한 평가들이 우호적이고 흥행성적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는데다가 헬보이와 리즈는 드디어 부모가 될 단계에 와있어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 영화의 마지막 BPRD를 그만두는 헬보이를 어떻게든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인류에의 또 다른 위협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 누아다가 헬보이의 태생적 한계를 이용해 악의 세계로 돌아올 것을 부추기는 장면에서 암시되듯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선과 악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기다려 볼만하다. 더구나 <헬보이2>에서 인간들은 이 못생기고 빨갛기만 한 천사의 도움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로써 다음 편에선 그도 한층 심각해진 모습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히어로의 대열에 합류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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