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Sepultura: Chaos A.D.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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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수평선(beautiful horizon)'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Belo Horizonte'는 브라질 남동쪽의 어느 내륙도시를 가리키는 지명이기도 하다. 브라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Belo Horizonte는 브라질 헤비메탈사(史)에 있어서 의미 있는 장소로서, 바로 Sepultura의 초강력 메탈사운드가 태동한 진원지다. 1980년대 초반, 10대의 브라질 청소년들이었던, Jairo Guedez(guitar), Paulo Jr.(bass), 그리고 Cavalera가의 형제 Max(guitar, vocal)와 Igor(drum)는 각자 헤비메탈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안은 채 포르투갈어로 ‘무덤(grave, sepulture)'을 뜻하는 밴드 Sepultura를 결성한다.

80년대 초반의 브라질은 당시 여타 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군사독재 체제하에 있었는데, 그런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헤비메탈, 펑크 등을 연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언 메이든, 메탈리카, 슬레이어 등으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은 세풀투라의 음악적 욕심이 그런 시대적 한계에 머무르기엔 너무 거대했다. 게다가 오히려 이들의 취향은 좀더 비주류적인 음악으로 흘러가는데, 데스(Death)나 포제스트(Possessed)같은, 당시 막 태동하기 시작한 데스메탈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아이언 메이든의 정통메탈과 메탈리카, 슬레이어의 스래쉬메탈에 이어 극악한 데스메탈에까지 걸쳐있는 세풀투라의 음악적 취향이, 이후 이들의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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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인디씬에서의 관심을 발판으로 브라질의 독립 레이블 Cogumelo Records와 계약을 맺은 세풀투라는, 같은 브라질 밴드 Overdose와 함께 스플릿 앨범 『Bestial Devastation』(1985)을 발표한다. 이 앨범은 최소한의 제작비로 단지 이틀 만에 완성되었다. 이듬해인 86년에는 드디어 온전한(full-length) 데뷔앨범인 『Morbid Visions』를 제작한다. 이 앨범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된 세풀투라는 좀더 큰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브라질 최대의 도시 상 파울로(São Paulo)로 향하는데, 이때 원년멤버인 Jairo Guedez가 팀을 탈퇴하고 상 파울로 출신의 기타리스트 Andreas Kisser가 새롭게 밴드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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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세풀투라는 두 번째 앨범 『Schizophrenia』를 내놓는다. 드디어 10대 아마추어 수준의 연주력으로부터 벗어났다는 평을 들은 이 앨범으로 세풀투라는 유럽과 북미의 언더씬에서도 조심스레 주목을 받게 된다. 『Schizophrenia』는 특히 유럽에서 부틀렉으로 3만 카피나 팔려나갔으나 밴드에게 돌아오는 저작료는 당연히 없었다. 이 와중에 세풀투라는, 이들을 유심히 지켜본 네덜란드의 레이블 로드러너(Roadrunner)와 음반의 세계배급이 조건에 포함되어 있는 계약을 성사시킨다. 세 번째 앨범이자 로드러너와의 계약 후 처음 발매한 음반인 『Beneath The Remains』(1989)는 당시 최고의 데스메탈 프로듀서였던 Scott Burns가 투입되어 더욱 향상된 퀄리티와 연주를 들려준 앨범이 되었다. 이 앨범을 발표하고 세풀투라는 비로소 첫 번째 세계투어를 시작하는데, 이는 곧 유럽에서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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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 세풀투라는 곧이어 네 번째 정규앨범의 제작에 착수한다. 전작을 성공적으로 프로듀스한 Scott Burns가 또 한번 참여하고, 게다가 데스메탈 사운드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플로리다 탐파에서 제작, 완성된 앨범 『Arise』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첫 번째 브라질 메탈밴드인 세풀투라의 이름에 걸맞는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곧 힘든 시간이 다가오는데, 바로 그들의 공연을 보러온 관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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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던 세풀투라는 2회째를 맞은 Rock In Rio의 헤드라이너로 공연하기 위해 브라질로 돌아온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라 말할 수 있는 이들의 고향방문에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른 것은 당연했다. Rio de Janeiro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마치고, 이들은 상 파울로에서의 무료 야외 공연을 거행하는데, 이 공연에 모인 4만명의 흥분한 팬들 속에서 한 관객이 살해당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세풀투라와 그들의 음악에 대해 브라질 사회가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한동안 국내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길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허가가 났다.

 하지만 브라질 내에서의 불미스런 사건과 상관없이 이들의 세계적 명성은 점점 높아만 갔다. 유럽은 물론이고, 호주,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성황리에 투어를 마친 세풀투라는 1993년, 드디어 자신들의 음악적 기원을 본격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한 앨범 『Chaos A.D.』를 발표한다. 로드러너가 미국의 메이저 레이블인 Epic과 공동 배급 계약을 체결한 후 발매된 이 앨범은 세풀투라의 음악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데뷔작에서부터 『Arise』에 이르기까지 세풀투라의 음악은 스래쉬와 데스메탈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었다. 이때의 앨범들은 메탈리카보다는 슬레이어의 음악적 색깔에 가까운 음반들이었고, 때로는 오히려 그보다 더 브루털한 이미지를 담아내는데도 성공적인 결과물들이었다. 사실 이들의 초기 관심사는 펑크와 하드코어에까지도 닿아있었는데, 스래쉬메탈 자체가 그들로부터 영향 받은 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영향들을 음악적으로 꼭 끄집어 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Sepultura:
Chaos A.D.
(1993)

01. Refuse/Resist
02. Territory
03. Slave New World
04. Amen
05. Kaiowa
06. Propaganda
07. Biotech Is Godzilla
08. Nomad
09. We Who Are Not As Others
10. Manifest
11. The Hunt
12. Clenched Fist

그러나 『Chaos A.D.』는 이전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앨범의 주요곡들이 대부분 3분과 4분 사이에서 끝맺음을 하고 있고(물론 5분에 가까운 곡들도 있다.), 리프 자체도 『Arise』를 포함한 이전 음반들과 비교할 때 매우 간결해졌음을 알 수 있다. 앨범을 감싸는 펑크나 하드코어의 분위기는 드럼을 위시한 리듬패턴을 보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좀더 그루브감이 강조된 리프와 리듬은 기존의 세풀투라 팬들에게 『Chaos A.D.』가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갔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가능케 한다. 1,2번 트랙인 “Refuse/Resist", "Territory"만 들어봐도 이들이 추구한 음악적 색깔이 명확하다. 이 곡들에서 꽉 짜여진, 빈틈없는 곡전개를 보여주던 이들의 과거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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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다섯 번째 곡인 “Kaiowas"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트랙이다. 각종 퍼커션으로 리듬섹션을 채운 이 연주곡은 이후 이들의 최고 명반 『Roots』(1996)에서 들려준, 브라질 토속리듬과 헤비메탈이 효과적으로 결합된 독창적인 크로스오버음악의 전초전 격인 셈이다. 한편 7번 트랙 ”Biotech Is Godzilla"는 전설적인 하드코어 펑크 밴드 Dead Kennedys의 Jello Biafra가 곡 작업에 참여하여 더 유명해진 곡이다. 앨범의 후반부에도 펑크와 하드코어 사운드로의 회귀를 꾀한 세풀투라의 변화가 느껴지는데, 마지막 곡 “Clenched Fist"에까지 그런 분위기는 계속된다.



『Chaos A.D.』는 이들의 북미음반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 앨범이 빌보드 앨범순위(The Billboard 200) 32위에까지 오르면서 선전한 것이다. 음악적인 변화를 이룩한 것으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의미로도 『Choas A.D.』가 상징하는 바는 큰 것이었지만, 이들의 실험정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메탈음악의 하나로 기록될만한 명반 『Roots』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 이미지출처 sepultura.uol.com.br    


                 
www.artistdirect.com* 참고사이트 sepultura.uol.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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