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우리 가족 얘기를 들어볼래?" - The Squid And The Whale / 오징어와 고래 (2005)

“내 말에 영화내용이 섞여있을지도 몰라. 주의해서 봐줘.”



“아마 그때쯤이었을꺼야. 우리 가족은 테니스를 치고 있었거든. 나는 엄마랑 편을 먹고, 형은 아빠랑 한편이 됐어. 근데 두 사람이 엄마의 약점인 백핸드쪽으로 자꾸 샷을 때리더라구. 엄마는 당연히 못 받았고,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어. 아빠가 뭔가 달래주려고 했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아. 아무래도 부모님 사이가 뭔가 이상해... 확실히 이상해졌어.”

 


“아, 내가 누구냐구? 나는 프랭크, 프랭크 버크만이야. 우리 아빠는 버나드 버크만, 엄마는 조운 버크만, 그리고 월트라는 형이 있어. 아빠 엄마는 모두 글을 쓰시는데, 아빠는 요즘 잘 안되나봐. 그냥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계셔. 반대로 엄마는 잡지사에서 연락도 오고 곧 소설도 발표 할 꺼래. 엄마 아빠가 요즘 같이 안 주무시는 것 같은데, 혹시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밤마다 싸우는 소리도 들리고...”

 



“지금은 1986년이고, 우리가 사는 곳은 뉴욕 브루클린의 Park Slope이라는 곳이야. 아빠 엄마의 결정에 따라 곧 이사 갈 거긴 하지만... 결국 부모님은 헤어진다고 하셨거든. 우리 형제는 아마 1주일 중 반은 엄마집에서, 반은 아빠집에서 지내게 될 꺼야. 근데 7일을 어떻게 반으로 나눌지 의문이야.”

“아까 테니스 얘길 했잖아? 난 사실 아이반이란 아저씨한테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데, 아빠는 아저씨를 싫어하는 것 같아. 아이반한테 테니스를 지고서 아빠는 아저씨를 은근히 깎아내렸거든. 아빠가 그러는데, 아이반은 Philistine이래. 책과 영화에 관심이 없는, 교양없는 사람들을 아빠는 그렇게 불러. 또 아저씨가 테니스에 진지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선수가 아니라고도 하셨어. 아이반을 욕하는 말인 줄 알지만, 사실 나도 Philistine인 것 같아. 나도 그런거 관심없거든. 아빠한테 그렇게 말했더니 굉장히 싫어하셨어. 아빠는 학교에서 읽는 책들이 별로 좋은 작품들이 아니래. 대중들도 바보 같다나. 아빠는 말할 때도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하는 것 같아. 근데, 욕은 자주해. 그리고 형이 핑크 플로이드의 ”Hey You"를 자기가 만든 곡이라고 아빠를 속일 때도 잘 모르셨어. 되게 유명한 노래라던데 아빠는 잘 몰랐나봐. 혹시 아빠도 Philistine인가?“

 












“형은 아빠를 좋아해. 진짜로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쓴 책들이 다 명작이래. 요즘엔 카프카를 말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변신“이던가, 근데 이것도 진짜로 읽은 것 같진 않아. 아마도 아빠가 명작이라 그래서 그대로 따라하는 걸 꺼야. 아마 그럴껄. 아님 말구. 형은 요즘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어. 소피라는 누난데, 별로 예쁘진 않아. 형도 그 점이 걸리나봐. 어떨 때는 둘이 손잡고 길을 걷다가 다른 여자애가 지나가면 손을 놓을 때도 있거든. 형은 소피누나가 창피한지 가끔 아빠의 조언을 구할 때가 있어. 그럴때면 아빠는 예쁜 여잘 만날 기회는 앞으로 많으니 경험삼아 만나보는 것도 좋대. 하지만 형이 진짜 좋아하는 누나는 아마도 아빠 제자인 릴리인 것 같아. 근데 아빠도 그 누나 좋아하는 것 같던데... 아, 엄마는 아이반 아저씨를 만나고 있나봐. 왜 아빠가 싫어하는 그 테니스 선생님 있잖아.”

“음, 우리 가족 얘기는 여기서 그만할래. 우리 가족이 너무 문제 있는 것처럼 보여서 좀 그래. 사실 나도 문제가 없진 않거든. 밥 먹다가 갑자기 콧속에 땅콩을 집어넣고 싶을 때도 있고,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걸 하고 나오는 걸 학교 도서관이나 캐비넷에 바른 적도 있어. 그게 뭐냐고? 비밀이야. 여기서 말하기 좀 그렇거든. 암튼 나 때문에 헤어진 부모님이 함께 학교에 불려 오신 적도 있어. 나도 문제가 없다고 볼 순 없지. 근데 내 잘못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지금 우리 가족 얘기를 영화로 찍는 아저씨가 있는데, 이름이 뭐라더라... 아! 노아 바움박이라던 것 같다. 바움백이라던가? 봄바흐라 부르는 사람도 있던데... 암튼, 그 아저씨네 부모님도 두 분 다 평론가인지, 작가인지 그랬대. 그러고보니 우리집하고 비슷하네... 그 아저씨네 집도 우리 집처럼 문제가 많았나? 암튼, 아저씨는 우리 가족 얘기를 영화로 만들 건가봐. 게다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고다르 아저씨의 점프컷인가 뭔가, 나는 잘 모르는 그런 걸 종종 써서 우리 가족이 더 불안하게 보이도록 할 생각이래. 음, 그런 말은 안했나? 잘 기억이 안나. 어쨌든 쓸 거래. 혹시 영화에서 우리 가족이 불안하고 산만하고 마치 부서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모두 그 아저씨 때문이라 믿으면 돼. 확실히 우리 탓은 아니야. 또 우리 가족에겐 의외로 웃긴 면도 있으니까 기억해둬. 물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 영화가, 아니 우리 가족 얘기가 어떻게 끝나냐구? 미리 얘기하면 재미없잖아. 그냥 월트형이 뭔가를 바라보며 끝난다는데,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마도 형의 겉도는 성격과 관련된 것 같아. 소피 누나랑도 잘 안됐고, 얼마전 학예회에서 ”Hey You"를 자작곡이라고 속여 부른게 문제가 된 적도 있거든. 아빠를 닮으려 했던 형이 뭔가 혼란을 느끼고 있나봐. 어쩌면 아빠때문인지도 몰라. 영화 마지막에 형이 바라보는게 형의 어린시절 기억하고 상관있을지도 모르겠어. 형이 무서워한 무언가를... 그냥 그렇게만 알아둬.“

“어쨌든 우리 가족 얘기는 진짜 이만 줄일께. 우리 아빠, 엄마, 형이 모두 정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람들은 아니야. 어쩌면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는 형, 아니 누나네 집들도 모두 뭔가 조금씩은 문제가 있을꺼야. 내가 아직 어리지만 그 쯤은 알아. 모든 가족이 각자의 문제를 갖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법이거든. 영화를 만들던 아저씨네 집도 그랬을지 모르지. 우리 가족 얘기는 별로 재미없겠지만, 전부 다 알고 나면 뭔가 생각할 게 생길 지도 몰라. 형, 누나네 가족도 생각날 테고... 뭐, 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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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movie.naver.com

ps. “음, 이 형은 재밌게 봤대. 믿을 사람은 믿어봐. 대신 보고나서 여기다 욕하진 말구.
       내가 미안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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