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째 사용하고 있는 COWON D2

코원 제품과의 인연은 회사명이 거원이었을 때의 g3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처음 사용한 cdp인 파나소닉 제품과 이별을 하고, 지금은 추억의 기기가 되어버린 아이리버의 slimx350을 오래도록 사용하고 있었는데, cd를 리핑하고 다시 cd로 굽는 행위가 번거로웠고, 휴대하기에도 점점 무거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자그마한 mp3p로 관심이 돌려진 것 같다. g3는 당연한 거겠지만 달라붙는 바지의 주머니에도 손쉽게 넣을 수 있을 만큼 cd보다 휴대성이 좋았다. 지금도 이 녀석은 운동 할 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곤 한다. 반면 슬림엑스는 이제 서랍장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얼마 전에 cd를 돌려보니 뭔지 모를 잡음이 같이 섞여 들린다. 결국 cd를 들으려면 집이 필요하단 말씀.

Cowon D2


g3를 사용한 지 한참 되었을 때, 문득 1기가라는 용량이 작게 느껴졌다. 이건 어쩌면 지나친 욕심일지도, 아니면 온갖 대용량 기기들이 등장하는 데에 따른 상대적인 박탈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든지 간에 솟구쳐 오르는 욕망을 누르기란 쉽지 않은 법. 결국은 코원 d2를 sd카드와 함께 구입하고야 말았다.

Cowon G3


d2를 구입한 시기가 올해 4월 초니까 이제 사용한지 5개월을 넘기는 시점이다. 휴대폰이든 mp3p든 기기란 것은 쓰다보면 몸이 그것에 적응하게 되는 법이다. 제품을 처음 받았을 때의 설렘도 잠시, 쓰다보면서 느끼는 약간의 아쉬움이 잠깐, 그리고 이 시기들이 지나면 이제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뒤따른다. 구입당시에는 아이리버의 clix와 잠깐 갈등하기도 했는데, 결국 약간 더 나은 사양과 긴 배터리시간에 혹해서 d2로 가닥을 잡은 기억이 난다. 실제로 본 클릭스는 디자인에 무딘 나조차도 예쁘게 느낄 정도로 겉모습이 괜찮았다. 가격도 꽤 저렴했었고. d2는 사실 좀 투박한 맛이 있다. 떨어뜨려도 끄떡없을 것 같은 통뼈같은 느낌이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5개월의 사용기

이제는 마치 내 몸 같은 d2에도 아쉬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txt파일 보기 기능의 경우 폰트확대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지 못해서 조금만 보고 있으면 눈의 불편함이 느껴진다. 펌웨어로 2배까지 확대가 가능해졌으나 그야말로 도트가 그대로 튀는 두 배라 있으나 마나한 기능이다. 내가 조금 예민한 편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문서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 느낌도 좋고 눈에도 편한 실제 책이 아직까지는 더 좋다.

 


또한 사용자 요구사항 중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플레이리스트 문제. 이른바 dpl(다이나믹 플레이리스트란다)이 하나밖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겪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내 d2는 dmb기능이 없는 4기가 제품인데, 거의 다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앨범별로 따로 폴더가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아티스트의 곡들을 듣기 위해서는 한 폴더에 골라서 넣거나, dpl을 작성할 수밖에 없는데, 이 리스트가 한 개밖에 지원되지 않으니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일일이 듣고 싶은 폴더로 음악파일을 옮겨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윈앰프의 리스트 파일이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된다. 전자사전이니 메모장이니 계산기니 마구 쓸데없는 기능(전자사전은 좀 쓸 만하다)을 달아주면서도 그것만은 고쳐지지 않는다. 게다가 앨범별로 폴더를 담았을 경우 music 폴더 전체를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하나뿐인 dpl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음악이 아닌 mp3파일과 함께 all 플레이 하든지, 한번 재생에 한 음반만을 들을 수밖에 없다. dpl을 여러 개 만들 수 있으면 바로 해결될 문제인데도 그게 그렇게 어렵나보다. mp3p 제작에 대한 일말의 기초지식도 없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반면 동영상 기능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pmp처럼(d2에도 pmp라는 문구가 적혀있지만 여기선 mp3p라 보고) 원래 파일을 그대로 재생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요즘 대세인 듀얼코어 cpu라면 d2에 적합한 파일로 인코딩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셀러론 유저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조금 곤란을 느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대세를 못 따르는 나의 아쉬움이지 d2의 문제라고 볼 순 없다. d2로 영화와 애니, 몇 가지 동영상 강좌, 그리고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콘서트 영상을 보고 있는데 이 정도 크기(2.5inch 액정)의 기기에서 보여주는 퀄리티로는 괜찮은 것 같다. 그 밖의 기능들에 있어서 별다른 불편함은 없다. 사진이나 라디오 등은 잘 사용하지 않고, dmb기능은 애초에 없는 걸 선택했기 때문에 불평할 거리도 없다. 음질에 대해서도 내 귀가 이른바 막귀라 뭐라 할 얘기가 없다. 그냥 만족.

 나머지 잡담

요즘은 아이팟 터치가 난리인데, 애플의 제품들은 디자인에 있어서는 탐나지만 한국에서의 a/s 정책에 대해 말이 많은 이상 구입하기가 꺼려지는 제품군이다(애플a/s정책에 관한 문화일보 기사). 애플제품 유저들 중에는 아이팟과 아이튠즈에 대해 사용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아이팟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는 한가본데, 간혹 아이팟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정품이나 유료파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제품 유저들은 불법다운로더라고 일반화시켜 얘기하는 거 보면 재밌기도 하다. 사람들을 본인이 편리한데로 한 구석으로 분류해 몰아넣는 그 무서운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애플의 a/s정책이야 경제력이 그것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극에 다다른 편리함이 그런 생각을 만들어냈다면 할 얘기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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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d2에서 한창 리플레이 되고 있는 음반, Gavin DeGraw의 음반을 직접 구입하고 리핑하여 듣는 나는 불법유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 d2에 대해 만족하는 만큼의 아쉬움이 존재하기는 하나, 그래도 내 삶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매력적인 휴대음향기기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는 요즘 코원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될 지는 미지수지만. 요즘엔 웬일인지 철지난 휴대용 cdp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 얼마 전엔 8기가 용량의 d2가 출시되었다고 한다.

* 나는 mp3tag을 이용해 리핑한 파일의 태그를 정리한다. 극악의 간단함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지만 포스팅할 내용이 많지 않은 나는 조만간 사용법을 올려볼 예정.

* 제품 사진은 코원 홈페이지에서 발췌.

* d2팬들에겐 어이없게 찍은 사진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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