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 An All Star Line Up Performing The Songs Of Pink Floyd (2002)

 

Cleopatra Records 산하 Purple Pyramid Records라는 레이블에서 2002년에 발매한 『An All Star Line Up Performing The Songs Of Pink Floyd』.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핑크 플로이드의 팬은 아니다. 심지어는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II"를 핑크 플로이드의 원곡보다 영화 『Faculty』에 삽입된 Class Of '99(Tom Morello, Lane Staley, Martyn LeNoble, Stephen Perkins)의 현대적인 버전에 더 호감을 가질 정도니까. 그렇다면 이 앨범을 왜 구입했느냐? 이건 전적으로 평소 트리뷰트 음반이나 커버 앨범에 흥미를 느끼는 내 취향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유명 뮤지션들이 명곡을 어떻게 연주해 내는지에 대한 나의 호기심도 일부 작용하고 있고. 물론 재해석된 곡들에서 기대에 상응하는 감동을 느껴본 적은 손에 꼽기도 부끄러울 정도지만.

 


커버 앨범, 게다가 그 대상이 핑크 플로이드라는 너무도 거대한 유명 아티스트라면, 음반에 대한 청자의 사전 기대감은 최소한으로 축소해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비교적 큰 실망감 없이 트리뷰트 앨범의 감상을 마치려면 첫째는 가능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둘째는 ‘어떻게 연주하는지 두고 보자’는 냉소적인 노려봄 없이, 그리고 셋째는 과연 어떤 뮤지션이 참여했는지 부클릿을 꼼꼼히 살펴보는 태도 정도가 좋지 않을까? 이 앨범은 적어도 세 번째 방법에만은 충실히 만족하게 만들어줄 것 같다. 제목부터 올스타 라인업이라지 않는가? 그러나...

 

An All Star Line Up
Performing The Songs Of Pink Floyd
(2002)

01. Shine On You Crazy Diamond
02. Money
03. Comfortably Numb
04. Welcome To The Machine
05. Have A Cigar
06. Us And Them
07. Run Like Hell
08. Any Colour You Like
09. Breathe (In The Air)
10. Young Lust
11.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II

 


첫 곡은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1971)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Shine On You Crazy Diamond". 시작부터 노련한 기타프레이즈들이 폭발하는 데 스티브 루카서가 참여했으니 당연하다. 게다가 보컬도 스티브 루카서. 토토의 앨범에서도 간혹 그가 보컬을 맡은 곡들이 있는데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베이스에는 최근 Whitesnake와 라이브 DVD를 내놓기도 했던 마르코 멘도자(Marco Mendoza), 드럼은 비니 컬레이유타(Vinnie Colaiuta)가 연주한다.

두번째 노래는 73년 작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Money". 목소리의 주인공은 Styx 출신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 타미 쇼(Tommy Shaw). 기타는 아마 솔로 패턴이나 기타음색만 들어봐도 단숨에 알아챌 리치 캇젠이다. 여기에 King Crimson의 베이스 명인(名人) 토니 레빈(Tony Levin)이 베이스를, 마이크 베어드(Mike Baird)와 에드가 윈터(Edgar Winter)가 각각 드럼과 색소폰을 연주했다. ”Money"는 블루지한 베이스와 기타리프가 돋보이는 재밌는 곡이다.

다음 노래는 연주자들의 구성이 흥미로운데, Yes의 멤버인 빌리 셔우드, 앨런 화이트, 크리스 스콰이어가 참여했다. 곡은 너무도 유명한 “Comfortably Numb”. 내 생각엔 동종업계에 종사한 분들이어서 그런지 핑크 플로이드의 분위기를 너무도 잘 살린(원곡 그대로라는 의미가 아니라) 곡이다. 특히 빌리 셔우드의 허무한 보컬과 후주의 기타연주는 강추!

이어지는 “Welcome To The Machine"에는 게리 호이(Gary Hoey)의 기타연주와 King's X의 덕 피닉(Doug Pinnick)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다섯 번째 곡인 ”Have A Cigar"에는 Kulick 형제(Bob Kulick과 Bruce Kulick)와 바비 킴블(Bobby Kimball) 등이 참여.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수록곡을 연주한 “Us And Them"에서는 제프 스캇 소토(Jeff Scott Soto)가 노래를, 로벤 포드와 Jing Chi라는 이름의 밴드로 앨범을 발표한 베이시스트 지미 해슬립(Jimmy Haslip)이 연주하고 있다. 제프 스캇 소토의 목소리는 좋아하는데 왠지 이 곡에서 그의 굵은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부담이 느껴진다. ”Us And Them"의 곡 분위기와 영 어울리지 않는 메탈 보이스.

이 외에도 드위질 자파(Dweezil Zappa)가 참여한 “Run Like Hell", 로벤 포드가 기타를 연주한 ”Any Colour You Like", 배드랜즈 출신의 에릭 싱어가 드럼을 연주한 “Breathe (In The Air)", 트리뷰트 앨범의 단골손님 글렌 휴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Young Lust", 그리고 앞서 Class Of '99 버전을 더 좋아한다고 밝힌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II"가 피 웨이빌(Fee Waybill)의 목소리로 실려있다.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각종 트리뷰트 음반들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뮤지션들이 대부분이다. 제프 스캇 소토, 스티브 루카서, 리치 캇젠, 글렌 휴즈 등은 많은 팬들을 거느린 뮤지션이어서 그런지 트리뷰트 앨범을 제작하고자 하는 레이블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연주자들 같다. 그만큼 의미 없는 커버 앨범들이 범람하고 있고 이들이 결코 원곡의 감동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본 앨범의 매력은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도 “Comfortably Numb"과 "Run Like Hell", "Young Lust" 정도만 흥미롭게 들었고 나머지 곡들에는 쉽사리 플레이 버튼이 눌러지지 않는다. 이런 앨범은 그다지 오래 들을만한 음반은 못 되고 개별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볼 만하다. 그러나 한번의 감상을 끝낸 후에는, 다소 편곡을 가했을 테지만 비교적 원곡에 충실하게 재현해낸 『An All Star Line Up Performing The Songs Of Pink Floyd』의 노래들보다 같은 단발성 프로젝트이나 임팩트가 강렬했던 Class Of '99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II“가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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