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미국과 문화적 코드들을 공유하고 있는 인접국가라고는 하지만, 캐나다 출신의 Nickelback은 너무도 미국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드락과 루트락의 조합에다 더 나아가 컨트리뮤직에까지도 뻗어있을 멜로디 진행은 분명 새로운 음악의 형태는 아니라 해도, 지금까지 이들처럼 성공적인 반응을 가져온 밴드는 아마 없을 것이다. 시원시원한 기타리프와 채드 크로거(Chad Kroeger)의 호쾌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몇몇 히트곡에서 공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또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고), 들어서 좋은 음악인 것을 어쩌랴.
자 여기 Nickelback보다 조금 늦게 태어난 친동생 같은 밴드가 있다. Theory Of A Deadman(이하 TOAD)은 캐나다 뱅쿠버 출신으로 당연하게도 형님밴드 Nickelback과 출생지가 같다. 거기다 채드 크로거의 프로듀스(Joey Moi와 공동)와 그가 직접 곡작업에 참여한 노래가 무려 6곡("Invisible Man", "Make Up Your Mind", "Point To Prove", "The Last Song", "Say I'm Sorry", "Confession")이나 실려 있는 TOAD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을 듣고 있으면, 이들이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립할 욕심이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같은 의혹(?)의 시작은 의외로 간단하다. TOAD는 채드 크로거가 설립한 레이블인 604 Records가 첫 번째로 계약한 밴드니까.
밴드의 프론트맨인 타일러 코널리(Tyler Connolly)의 음색은 대략 채드 크로거의 목소리와 80%정도 유사. 얼핏 들으면 100%에 육박하기도 한다. 리프의 구성이나 진행도 Nickelback의 그것과 굉장히 닮아있고, 하드락의 블루지함과 보컬음색의 변화를 주는 강약조절, 연주의 간결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면에서도 형님밴드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 어쩌면 당시 뱅쿠버 지역의 일반적인 락음악의 흐름이 그러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TOAD와 Nickelback의 유사성을 언급하는 것은 단어의 쓸데없는 소모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본 앨범의 오프닝 트랙이자 영화 스파이더맨에도 삽입되었던 “Invisible Man", 다섯 번째 곡인 ”Leg To Stand On" 등은 Nickelback의 하드한 트랙들과 연결해 들어봐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Nickelback의 경우와 비슷하게 이들도 약간은 부드러운 곡인 “Make Up Your Mind" 같은 노래를 싱글로 우선 내놓는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음악이 맘에 든다. 두 밴드를 연결하는 선들이 무수히 많지만, 대중음악계가 그러지 않았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언제나 선구자가 있으면 유사한 복제품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게 마련이거늘(그렇게 따지면 Nickelback조차 파이오니어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유사성을 그럴듯함으로 포장할 수 있는 밴드라면 그들의 능력을 애써 깎아내리는 시간이 아깝다. 아티스트를 평가하고 그들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할 때, 대상의 오리지널리티에 유달리 집착하는 청자가 아니라면, TOAD는 듣기 좋은 음악을 선사해줄 것이다. 아, 애초에 미국적인 하드락사운드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논의에서 제외. 이들이 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무기가 더 필요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TOAD는 지금 이대로도 훌륭한 하드락을 선사하고 있다.
Theory Of A Deadman
- Theory Of A Deadman
(2002)
01. Invisible Man
02. Nothing Could Come Between Us
03. Make Up Your Mind
04. Point To Prove
05. Leg To Stand On
06. What You Deserve
07. The Last Song
08. Say I'm Sorry
09. Any Other Way
10. Confession
* 밴드 홈페이지 www.theoryofadeadm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