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ean's Eleven / 오션스 일레븐 (2001)

 

말쑥한 차림의 정장이 잘 어울리는, 한없이 선량한 도둑들이 주인공인 『오션스 일레븐』은 코미디이자 판타지 영화다. 특히 이 도둑그룹의 우두머리와 참모격인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눈부셔서 이들이 벌이는 행위가 범죄라는 상상조차 들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범행의 성패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데, 출소한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이 멤버들을 하나둘 모으는 영화 초반부의 익살맞음, 이를테면 자금을 조달할 물주인 루벤(엘리엇 굴드)이 오션과 러스티(브래드 피트)에게 과거 세 명의 카지노 도둑들을 언급하며 그 것이 얼마나 무모한가를 설명하는 장면만 보더라도 관객은 이 영화가 선량한(?) 범죄의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임을 거의 확신할 수 있다.


소더버그가 『오션스 일레븐』으로 성취하고자 한 것은 뒤통수를 때리는 통쾌한 반전이나 범죄영화에 필수인 긴장감 따위는 아닌 듯 보인다. 이 영화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무슨 짓을 해도 품위를 잃을 것 같지 않은 도둑들이 펼치는 차분하지만 또 한편으론 현란한 개그쇼가 아닐까? 오션이 그의 행동에 의구심을 가진 러스티를 설득하는 엘리베이터신이라든가, 범행에 쓸 차량을 구입하러 간 프랭크(버니 맥)가 차량딜러의 손을 잡고 끈적거리는 멘트로 그를 옥죄는 장면,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의 명령으로 덩치 큰 브루저(스캇 L. 슈월츠)에게 꼼짝없이 얻어터지리라 생각했던 오션이지만 순간 상황이 급반전되는 장면 등에서는 일순간 스며 나오는 미소를 참기 힘들다.

 


범행의 치밀한 정도 혹은 그것의 리얼리티도 여기선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물론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시나리오는 매우 치밀하지만 그것이 꼭 범행의 사실성 여부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의 치밀함은 대부분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에 쓰였으니까. 예를 들어 오션 일당의 범행에 사용되는 장비들만 보더라도 사실 관객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것들, 아니면 상상으론 가능하나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기발한 기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철저한 고문(顧問)에 의해 영화에 쓰였다손 치더라도 관객에겐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관객은 이 화려한 범행의 준비상황에 이미 속아줄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런 영화의 속임수(오션일당의 속임수가 아니라)가 훌륭한 캐릭터 묘사와 맞물려 있어 영화를 보는 동안엔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그토록 철저하고 빈틈없어 보이는 베네딕트가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가질 만하다. 즉 이 영화는 범행이 주(主)가 되는 단순한 범죄물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내용에 우선되는, 그래서 위에서 언급했듯 관객이 기꺼이 넘어가주는 그런 영화다.



* IMDB에서 『오션스 일레븐』의 Trivia 코너를 보면 영화 내외를 둘러싼 재밌는 사실들이 많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소매치기 라이너스 역에 마크 월버그가 고려되었었다는 얘기라든가, 말로이 형제(버질과 턱: 커시 애플렉과 스캇 칸)에는 윌슨 형제(루크 윌슨, 오웬 윌슨)가 내정되어 있다가 영화 『로얄 테넨바움』 때문에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말로이 형제의 이름인 버질과 턱은 『대부』에서 말론 브란도를 없애려 시도했던 캐릭터인 Virgil "The Turk" Sollozzo의 이름에서 참조했다는 것과 턱 역의 스캇 칸이 바로 제임스 칸(『대부』의 소니)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서로 연결되는 것도 재미있다. 또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러스티는 이 영화에서 먹는 신이 굉장히 많은데, 갱들은 대개 바쁘기 때문에 먹을 시간이 거의 없을 거라는 본인의 판단이 들어간 설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원작영화와 관련하여 배역과 카메오 등에 대한 재밌는 얘기들이 많으니 관심 있으면 한번 가보실 것.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2007/09/26 - Ocean's Twelve / 오션스 트웰브 (2004) 2007/09/30 - Ocean's Thirteen / 오션스 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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