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Theater - Systematic Chaos (2007)

사람의 취향이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의 기분이나 상황에 의해 수시로 바뀔 만큼 유연하다. Rock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취향의 보수성이 나에게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또 그것이 그 안의 어느 한 세부장르만을 고집할 만큼 견고하지도 않다. 또 어느 한 뮤지션에 집착하는 그런 고집도 나에겐 없다. 어쩌면 열정의 부재인지도 모르지만, 난 이걸 ‘취향의 순환’이라 부른다. 즉 들어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취향은 그때그때마다 변하게 마련이다. 오늘은 이 밴드의 음악이 한없이 좋다가도 내일은 저 밴드의 음악에 푹 빠지는 소심한 배신. 또 누가 알겠는가? 내일은 힙합앨범을 듣고 있을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


이것을 어느 하나의 아티스트에 국한하더라도 얘기는 마찬가지다. 즉 드림 씨어터를 예로 들 경우 나의 취향은 『Images And Words』(1992)에서 『Awake』(1994)로, 그리고 『Scenes From A Memory』(1999)에서 『Train Of Thought』(2003)로 뛰어넘었다가 다시금 『Awake』로 회귀, 그 다음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이하 SDOIT)』(2002)에 꽤 오래 머물렀는데, 단 『When Dream And Day Unite』(1989)와 『Falling Into Infinity』(1997)와 『Octavarium』(2005)은 언제나 그 ‘취향의 순환’에 끼어들지 못했다. 이런 변화 때문에 『Awake』가 그들 최고의 명반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Train Of Thought』가 그렇기도 하고, 또 자타가 공인하는 『Images And Words』에 올인 했다가 이내 『SDOIT』가 최고의 음반인 것으로 바뀌곤 하는 것이다.



세상엔 여러 음악팬들이 있고 개중엔 한 아티스트의 음악이 변하는 것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는 팬들이 있는 한편, 그 잣대를 개개의 아티스트마다 다르게 적용시키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즉 어떤 밴드가 변할 때는 새로워서 좋다고 칭송하다가도 다른 밴드의 변화된 음악성엔 가차 없는 철퇴를 가한다든가 하는 예. 문제는 수용자의 변덕인데, 한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기는 쉬울지 몰라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뮤지션이라면 고것 참 어려운 문제다.


드림 씨어터에 대한 나의 마음도 그런 변덕일지 모르지만 그들이 로드러너로 레이블을 옮긴 후 발표한 첫 앨범인 『Systematic Chaos』는 좀 아쉬운 작품이다. 이들의 마스터피스라 볼 수 있는 두 장의 앨범, 『Images And Words』와 『Scenes From A Memory』는 헤비니스와 멜로디와 연주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합일된 작품이다. 내 생각에 끝 간 데 없이 테크니컬한 이들의 연주는 풍부한 헤비니스와 수려한 멜로디를 굳건하게 지지해주는 받침대 그 이상으로 작용할 수 없다. 만약 그 한계점을 벗어난다면 그것은 연주가 아니라 서커스라 해야 옳다.

우리가 그들의 현란한 연주에 심취하는 이유는 거기엔 분명 다른 요소들과 유기적으로 힘을 합쳐 곡을 완성하려는 목표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인데, 『Systematic Chaos』에서 그런 지점을 구경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가령 "In The Presence Of Enemies - Part I"의 후주에서 들을 수 있는 존 페트루치와 조던 루디스의 유니즌 플레이를 비롯해서 이 앨범의 페트루치의 솔로(혹은 루디스의 솔로)는 절정을 지나쳐버린 허무한 과시처럼 들린다(이는 마치 공연 때 선보이는 쇼를 앨범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것 같다). 이렇게 들린다는 것이 한편으론 재밌는 것이, 사실 이들의 연주력을 극대화 시킨 앨범들은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음반들이라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때는 미처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연주와 곡이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러나 『Systematic Chaos』에서 들려주는 음악이 마냥 실망스럽지마는 않다. 여기엔 『Octavarium』으로부터 이어진 듯 수려한 멜로디가 존재하고, 『SDOIT』와 『Train Of Thought』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극단의 헤비니스도 포함되어 있다. 내 생각엔 아마도 이들이 현재 취하고 있는 음악적 방향이 무거움과 아련함이 혼합된 그런 형태가 아닌가 한다. 즉 기타리프를 포함한 연주는 헤비메탈의 본연에 충실하면서도 한편으론 꿈꾸듯 몽롱한 멜로디를 차용하는 것.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나 일개 팬으로서 아티스트가 가려는 길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런 음악에 적응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인 것인가?

즐겨듣는 트랙들은 첫 번째 곡인 "In The Presence Of Enemies - Part I"와 5번 트랙 “Repentance". 특히 『Train Of Thought』의 "This Dying Soul"과 연결되는 ”Repentance"에선 스페셜 게스트들이 목소리를 들려주는 데, 페트루치와 G3 공연을 펼쳤던 조 새트리아니와 스티브 바이를 비롯, 포트노이와 음반작업을 함께 한 닐 모스 등의 명단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다만 어느 목소리가 누군지는 잘 모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을 뿐. 잘 안 듣게 되는 노래들은 특히 “Forsaken"과 ”Prophets Of War".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앨범인 『Octavarium』에서 그대로 건너온 것 같은 이 곡들의 멜로디에는 정말이지 적응되지 않는다.

아, 그러나 서두에 언급했듯 취향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드림 씨어터가 언제나 남겨주는 곤혹스러움(예외라면 『Images And Words』와 『Scenes From A Memory』 정도)은 앨범을 수십 번쯤 들었을 때에야 비로소 음반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다른 아티스트들의 앨범엔 그만한 노력을 들일만큼 열성적이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Systematic Chaos』에 대한 이 첫 번째 감상이 언제고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취향이 어떻게 변하냐고? 취향은 어떻게든 변한다.


* DVD에는 마이크 포트노이가 직접 촬영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음반작업 중인 멤버들의 모습을 각각의 곡 순서대로 편집해 놓았는데, 자막이 없어 영어에 약한 나로서는 대개는 흘려듣게 되거나 그림에만 집중하게 된다. 개중 인상적인 장면은 포트노이가 제임스 라브리에게 보컬의 방향을 요구하는 부분.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라브리에는 포트노이의 요구를 은근슬쩍 피해간다.

 

Dream Theater
- Systematic Chaos
(2007)

01. In The Presence Of Enemies - Part I
02. Forsaken
03. Constant Motion
04. Dark Eternal Night
05. Repentance
06. Prophets Of War
07. Ministry Of Lost Souls
08. In The Presence Of Enemies - Part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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