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전체 러닝타임의 처음 3분의 1을 이렇다 할 대사 없이 진행한다. 그나마 등장하는 대사는 월리(월-E)와 이브의 통성명 정도로 나머지는 모두 캐릭터의 몸짓과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의 기계음으로 묘사된다. 그 동안 하나의 거대한 쓰레기 덩이가 되어버린 지구의 황량함이 월리를 쓰레기 더미 가운데 한 점으로 보이게 하는 부감시점과 묵시록에 어울릴만한 음악을 통해 드러난다. 생명체라곤 이 쓰레기 처리 로봇을 졸졸 따라다니는 바퀴벌레 한 마리뿐인 이 외로운 지역에 바로 월리의 아지트가 있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아이템들을 하나 둘 선반에 진열하는 모습은 로봇 월리를 흡사 희귀품을 수집하는 인간처럼 보이게 한다. 더구나 뮤지컬 속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에 감동하는 월리. 웬만한 인간보다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