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한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에 비하면 은 개봉 후 찬밥 신세나 다름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주위에선 짧은 평들을 대신해 욕설이 흘러나왔다. 분명 그들은 의 속편을 기대했으리라. 반면, 함께 영화를 봤던 친구와 나는 말 없이 극장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충격이었다. 속으론 아마 둘 다 이렇게 외치고 있었을 것이다. 이건 ‘작품’이야! 은 결코 선혈 낭자한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마치 한 장의 끔찍한 스냅사진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불쾌하게 옭아매는 영화다. 박찬욱의 절제된 연출 덕분에 모순투성이의 인간사가 오히려 더욱 적나라하게 보는 이를 파고든다. 선한 자와 악한 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모두 폭력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가 되고 마는 이 세계.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하긴 새삼스레 (이하 )의 매력 없는 스토리를 부여잡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조금 생뚱맞은 일이 될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김지운의 전작들이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줄거리를 보여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국적에 가까운 영화 속 분위기에 매혹되었기 때문이지 결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니다. 웃음 속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의 산장, 현실과 격리된 듯 환상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의 별장, 의 차갑고 세련된 도시의 밤거리. 김지운 영화의 세계는 이들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으로만 본다면 꼭 판타지를 그리지 않더라도 영화가 굳이 현실의 충실한 반영이 될 필요는 없음을 증명한다. 그가 그려내는 세상은 어느 곳, 어느 지점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