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후쿠아의 작품들은 액션영화의 마초중심적인 외피 속에 풍부한 정치적 함의를 품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스타일에 집착한 시각적 이미지로 승부하는 영화들이다. 아마도 지금 대부분의 액션영화들이 궁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더 현란하고 더 강렬한 이미지들을 더 많이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물음일 텐데, 안톤 후쿠아도 홍콩 느와르의 형식을 헐리우드 속에 녹여내려 했던 데뷔작 『리플레이스먼트 킬러』(1998)에서부터 줄곧 스타일리쉬한 액션씬을 짜내는데 골몰한 흔적이 보이는 감독이다. 뮤직비디오 출신의 감독들이 대개는 그렇듯 그도 영화의 이미지에 집착한다. 안톤 후쿠아의 최고작 『트레이닝 데이』(2001)는 그런 의미에서 조금 다른 영화였다. 이 영화는 액션장면 자체가 주인공이 되지 않고 두 인물(덴젤 워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