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내가 감상하고 있는 영화가 나에게 건네주는 끈들을 영원히 부여잡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것은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와 나 자신간의 일대 일의 대화이며, 내가 스스로 그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영화라는 대상과 관객이라는 주체, 혹은 그 반대의 경계가 사라지는 ‘몰아(沒我)’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나는 그런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들에 있어서 그 끝을 만나고 싶지 않지만, 영화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엔딩 크레딧을 보여줘야 한다. 이 아쉬움이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고,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그 한 순간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차피 영화는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