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출근 준비 와중에 맥북을 켠다. 게슴츠레 뜬 눈, 눈꺼풀 틈으로 뿌옇게 보이는 화면. 눈 앞이 보이든 말든 손은 익숙한 동작으로 아이튠즈를 실행한다. 보관함을 클릭하고 팟캐스트 메뉴를 선택한다. 그 중 한 방송의 새 에피소드를 받기 위해 업데이트 아이콘을 누른다. 위장과 소장을 알코올의 무법천지로 만든 날이 화요일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제정신임을 알게 된 경우에는, 대개 매주 이 기상 후 행위를 반복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운영하는 '빨간책방'에 들르기 위해서다. 최근 한 해 동안 그 전에 비해 많은 책을 구입했다. 내 길지 않은 인생사를 돌이켜 보건대, 근 몇 개월간은 좀 무리한 것도 같다. 온라인서점 장바구니의 옆구리가 불룩하게 느껴질 만큼 꾸..
평소 말이 별로 없는 나에게 대화란 하나의 일과 같다. 누군가를 마주 본 채 그 사람의 생각과 나의 의견을 교환하는 이 행위는 적잖은 주의력을 필요로 한다. 아마도 원체 부족한 말솜씨에다가 말실수에 대한 지나친 조심이 이 정력소모의 주요인일 것이다. 대화는 결국 사람간의 소통이다. 나처럼 힘 들이며 말을 나누든, 쉽게 단어들을 쏟아내든 간에 어쨌든 이 행위가 이뤄지는 순간만은 혼자이기 위한 시간이 아닌 것이다. 대화중인 당사자들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데 힘쓰느냐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데에 더 집중하느냐는 양 갈래의 길에 놓인다. 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우선 들으라고 조언한다. 잘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각자의 주장만을 쏟아놓고 서로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소통이라 부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