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천성 청두에 출장 온 동하(정우성). 마중 온 지사장(김상호)과 잠시 짬을 내 두보초당(杜甫草堂)에 들른다. 홀로 기념관 안을 둘러보던 동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따라간다. 그곳에서 미국 유학시절 좋은 감정을 나눴던 메이(고원원)를 만난다. 영화는 영원히 못 볼 줄만 알았던 예전 연인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는 평범하지만 여전히 설레는 이야기의 배경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중국의 풍경을 펼쳐 놓는다. 동하가 곤욕을 치르며 먹게 되는 청두의 특산요리조차도 기억해도 좋을 만한 이국적인 추억으로 남는다. 영화에서 청두는 또 하나의 주요한 등장인물이다. 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의 모델버전같은 느낌이다. 국적 따위는 방해물이 되지 못하는 젊은 연인들의 짧은 재회 속에 동하와 메이의 훤칠하고 청..
하긴 새삼스레 (이하 )의 매력 없는 스토리를 부여잡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조금 생뚱맞은 일이 될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김지운의 전작들이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줄거리를 보여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국적에 가까운 영화 속 분위기에 매혹되었기 때문이지 결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니다. 웃음 속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의 산장, 현실과 격리된 듯 환상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의 별장, 의 차갑고 세련된 도시의 밤거리. 김지운 영화의 세계는 이들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으로만 본다면 꼭 판타지를 그리지 않더라도 영화가 굳이 현실의 충실한 반영이 될 필요는 없음을 증명한다. 그가 그려내는 세상은 어느 곳, 어느 지점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