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상황과 우연한 사건이 잔뜩 벌어지는 TV 드라마를 ‘막장’이라 부르곤 있지만, 실은 우리의 삶이 더욱 우연에 노출되어 있다.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청소년 시기의 어느 날, 저녁때까지 넉넉히 남은 시간에 친구를 초대해 침을 꿀꺽 삼키며 성인 비디오를 트는 순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부모님을 맞이하는 것도 우연, 길가다 스타일 좋고 나보다 키도 한 뼘쯤 더 큰 남자의 팔짱을 낀 채 행복한 표정을 짓는 전 애인을 마주치는 것도 우연, 3주 연속 로또 5등에 당첨되어 기약 없는 일등 당첨을 상상하게 하는 일도 어찌 보면 우연의 산물이다. 근데 이렇게 삶을 지배하는 우연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만 들어가면 맥을 못 춘다. 개연성과 현실감을 들먹이며 퇴출시켜야 하는 못된 녀석이 된다.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