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원작을 뛰어넘는 재창조물이란 보기 드문 것이다. 물론 예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각색된 결과물들은 대개 원작에 매료된 팬들로부터 원래 작품이 가진 매력의 일부분만을 취하거나 혹은 그 핵심을 잘못 이해했다는 이유로 불평을 듣기 일쑤이다. 이런 현상은 영화가 영화로 재탄생 될 때보다 텍스트가 영상으로 변환될 때 더 정확하게 적용된다. 아마도 소설에 대해 열린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 독자와 주어진 영상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영화관객의 위치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리라. 카타야마 교이치의 원작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는 각색이 원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통념을 재확인시킨다. 원작 자체가 일찌감치 틴에이저 신파임을 감안할 때 그 정서를 훼손하지 않고 스크린 속에 어떻게 구현해내느냐는 고민이 영화에 묻어나긴 한다. ..
가슴이 먹먹하다. 벚꽃과 함께 날려버린 그녀의 마지막 흔적이 여린 심장에 파고들어 따끔거린다. 뭐야, 이거.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평범한 듯 쿨한 소년과 시한부 인생의 미소녀가 서로 좋아해서 어쩔 줄 모르는 시시한 이야기는 안 봐도 뻔하다고 그렇게 스스로 당부했건만. 그러나 우습게도 어느새 나는 일본의 어느 마을에서 사춘기 시절을 보낸 소설 속 소년이 되어있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장의 어디쯤에서부터 그런 생각이 시작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분명 이건 내가 상상했던 그 이야기가 맞는데. 안 봐도 독자의 손바닥 안일 것 같았던. 그렇다. 카타야마 쿄이치의 틴에이저 러브스토리, 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기억되는 그때의 소중한 순간을 가슴에 아로새기기 위해 여러 가지 관습적인 소재들을 끌어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