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선 변신로봇들이 화면을 찢고 튀어나올 것만 같다. 폼 나는 스포츠카나 날쌘 제트기가 그 수만 개의 부품들을 정교하게 움직이며 위풍당당한 거대로봇으로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어린 시절 마징가 Z, 혹은 태권브이의 조종석을 노렸던 그 코흘리개 소년은 범블비를 가진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가 얄밉도록 부럽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활한 옵티머스 프라임이 보다 강력한 파츠로 무장하고 폴른을 박살(!)낼 땐 영화 속 선과 악을 나눈 완벽한 이분법의 고루함 따위 잊은 지 오래다. 다 자랐다고 믿었던 소년은 어느새 화면 속 로봇 안에 들어 앉은 여덟 살 무렵의 자신의 모습을 본다. 블록버스터는 더욱 더 노골적으로 거대함을 앞세운다. 롤랜드 에머리히가 로 사이즈의 중요함을 역설할 ..
영화는 종종 기분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한다. 좋은 추억은 영원히 마음 속에 남아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그것이 비록 미화되거나 과장되어 있더라도 말이다. 중절모와 채찍으로 각인되어 있는 존스 박사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슈퍼맨, 루크 스카이워커와 함께 언제나 내 마음 속 영웅자리를 꿰차고 있었던 그다. 얼뜬 표정과 실없는 농을 흘리면서도 결국 위기를 극복해내고야 하는 그 능력은 결코 보통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존 윌리엄스의 엉덩이를 근질거리게 만드는 메인테마와 함께 이 노련한 고고학자가 등장하면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정신 없는 모험 속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그것도 자신을 탄생시킨 바로 그 사람들과 함께.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굳이 새로이..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엑스박스, PSP, 휴대폰, 아이팟과 아이튠즈, 유튜브 등 지금 십대의 문화적 기호들이 총출동하는 『디스터비아』는 젠체하지 않는 담백한 스릴러다. 아니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어둡고 음침한 느낌의 장르명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유쾌하고 재미있다. 『디스터비아』는 아마도 올해가 지나면 기억나지 않아도 좋을 가벼운 영화지만, 관객의 두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상해줄 만큼의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다. 이 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그것의 치밀한 이야기구성에 있지 않다. 『디스터비아』는 일부 영화팬들이 목매는 휘황찬란한 CG를 보여주지도 않고 탄탄하다고 부를만한 플롯도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관객이 범인이 누구인지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는 이 영화의 재미는 오히려 소소한 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