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이 깃들었던 도시가 죽을 것 같은 공포의 공간으로 뒤바뀌는 데에는 단 하루면 충분했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을 잃은 후, 에리카 베인(조디 포스터)이 느끼는 도시의 공기는 포근하고 따뜻했던 것에서 냉정하고 두려운 것으로 바뀐다. 뉴스에서만 들었던 남들의 불행이 자기 것으로 되어버린 이 순간, 도시는 숨겨왔던 그 잔인한 얼굴을 드러내며 현기증을 유발한다. 총을 든 여자는 이 바뀐 환경에 적응할 새로운 자신을 만들기 시작한다. 범죄를 향한 범죄가 계속 될수록 눈 화장은 짙어지고, 손 떨림은 사라진다. 여자는 스스로 단죄의 방아쇠를 당긴다. 닐 조단의 은 기본적으로 범죄에 대한 공권력의 무능함을 타파해 줄 개인을 갈망했던, 과거의 범죄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대개는 근육질이나 마초 이미지의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