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에서 지켜줬으면 하는 것들



피트니스센터를 들락날락하다보면 초기엔 운동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것에 눈길이 덜 가게 되지만, 운동도 익숙해지고 웬만큼 여유가 생기면 점차 여러 가지 것들이 보인다. 개중엔 운동에 아주 몰입하여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많고, 친구들끼리 몰려와 덤벨만 몇 번 들었다 놨다 하며 수다나 떨다 가는 친구들도 있다. 혹은 10분 운동에 50분 사우나를 반복하는 회원들도 있고, 운동은 뒷전이고 트레이너 선생님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는 분들도 있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피트니스센터도 사람구경하는 재미가 있다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렇게 주변을 보다보면 꼭 안타까운 부분들도 보게 된다. 헬스클럽은 결국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서로 지킬 것은 지켜주는 센스가 필요한데, 가끔은 그런 감각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상황들도 접하게 된다. 물론 그건 다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운동은 본인이, 정리는 나 몰라

그중 하나가 덤벨이나 바 등을 쓰고서 그대로 두는 사람들. 벤치 하나를 골라 이두며 삼두며 운동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운동을 끝내고 제자리로 갖다놓지를 않는지. 전에 다니던 클럽에서는 벤치가 있는 자리 앞 거울에다 트레이너들이 “덤벨은 제자리에”라고 붙여놓기 까지 했는데도 원래 자리에 갖다놓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걸 또 누가 치워야 하느냐 하면 그 자리에서 이어서 운동할 사람의 몫이 고스란히 되는 것이다. 이거야 원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격이다. 엄연히 각자가 사용하는 덤벨의 무게는 천차만별이거늘 혹시 후속 사람이 같은 무게로 운동할 거라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건 오지랖이나 간섭을 떠나 기본의 문제이자 배려의 차원인데, 잘 안 지켜지는 것 같다. 지금 다니는 곳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쓰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 운동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옮길 힘조차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땀수건은 하나쯤 챙기는 센스

또 다른 상황은 바로 땀수건에 관한 것. 운동 중이나 후의 땀흘림은 반드시 따라오는 결과지만, 벤치나 각종 기구들을 땀수건을 따로 깔지도 않은 채 사용해서 흥건한 액체가 보일 때는 솔직히 불편한 감정을 숨기기 힘들다. 그 정도는 최소한의 에티켓 아닐까. 하지만 땀수건을 사용했는데도 흘러나오는 땀이라면 오히려 참을 수 있다. 문제는 아예 그것에 대해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점. 배려심이 애초에 없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위한 배려의 차원으로 최소한의 시도도 하지 않는 것. 요즘은 가을이라 다행히 그런 불의의 현장(?)은 아직 보지 못했다. 여름이라면 닦아내고 또 닦아내야 했겠지만.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장소니 만큼 땀수건 하나쯤은 챙겨 가는 것이 어떨까.

 세탁이 필요한 운동복

요즘 많은 센터에선 자체적으로 운동복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 곳은 세탁과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금 말하고자 하는 문제와는 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다니는 곳은 트레이닝복을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이용료가 저렴한 편인데, 고로 운동복을 직접 준비해 가야 한다. 문제는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간혹 운동복을 빨지 않아 땀에 절어 있는 티셔츠나 바지를 그대로 입고 오는 분들이 있다. 이건 그 주변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느낄 수 없는데, 그렇게 땀이 밴 채로 빨지 않은 옷에는 특유의 향(?)이 난다. 뭐랄까, 습기 찬 곳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랄까. 결론은 이런 냄새가 결코 향기롭지 않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그런 옷을 입은 분들이 사용한 기구에는 그 냄새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물 절약 차원에서 그러는지, 아니면 세탁기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빨아주거나 아니면 운동복을 여러 벌 준비하는 것이 어떨런지.

 


 트레드밀의 TV는 꼭 꺼주시길

이건 사실 나 자신도 잘 지키지 못한 것이어서 부끄러운 점이기도 하다. 유산소 운동기구 앞에는 보통 TV가 달려있다. 장소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과는 다르게 유산소 운동은 한자리에서 몇 십분 씩 해야 하는, 지루하다면 지루한 운동이다. 그런 회원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각 기구 앞에는 고맙게도 TV가 있다. 그런데 트레드밀이나 사이클 운동을 마친 후에는 무의식적으로 TV를 끄지 않고 내려오는 분들이 많다(나도 그랬다). 어느 순간에는 10여개의 트레드밀에서 단 한 분만이 달리고 있는데 모든 TV가 켜져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전기세의 절약 차원에서도 다 본 TV를 끄는 행위가 의미가 있겠지만, 서로 다른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TV를 모두 켜놓는 것도 일종의 공해라면 공해다(철저히 이어폰 사용을 권장하는 클럽은 제외하더라도). 자신의 트레드밀 근처에서 누군가 그 방송을 유심히 보고 있는 회원이 없는 경우라면, 그곳을 내려오면서 살짝 Off 스위치를 눌러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과도한 신음과 한 가지 기구 ‘올인’도 좀 자제를

그 외에도 신음소리를 매우 크게 내는 분들이라든지, 한 기구에 20~30분을 올인하는 분들도 곁에서 보기에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그저 나름대로 운동에 심취하고 있구나, 라는 동질감에 이해하려 노력할 뿐. 전자의 경우엔 체육관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 내는 사람을 지금까지 그다지 보진 못 한 것 같고(내 기억엔 한 분 정도), 후자의 경우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양해를 구하고 같이 하면 되니까 그리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런 눈치를 받기 전에 알아서 서로 배려한다면 서로 훨씬 쾌적한 운동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나 말고도 이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미리 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앞에서 ‘까칠하게’ 지적한 부분들은 의외로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그만큼 주변을 배려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운동하는 분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런 것도 일종의 운동 ‘문화’이고, 문화가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인 것이 분명하다면, 최소한 각자의 에티켓을 지키는 좋은 ‘문화’를 스스로 일궈나가는 것이 어떨까.

자, 밖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 쓰는 습관들을 좀 감춰두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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