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법칙 (래리 킹) - 대화의 고수가 들려주는 조언



CNN에서 방송되는 래리 킹의 쇼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경우는 거의 없다. 케이블 채널에서 마이클 무어가 <시코>에 대해 말하기 위해 나왔던 편 정도가 가장 최근에 그의 토크쇼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유일한 경우다. 당연히 CNN에서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친절한 한글 자막과 함께 틀어주던 케이블 방송이었다. 영어 리스닝에도 취약할 뿐만 아니라 CNN의 방송편성시간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그의 방송을 챙겨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래리 킹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도 그는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가장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사람들의 따뜻한 감성을 파고 드는 전략을 쓴다면, 래리 킹은 마치 토론 프로의 사회자처럼 중립을 지키며 게스트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물어본다. 전자의 그녀는 시청자의 눈물 한 방울을 짜내는데 전력을 다한다. 반면에 후자의 그는 시청자가 조금 더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 계속 질문한다. 두 쇼를 충분히 봐오지 않았음에도 오프라 윈프리보다 래리 킹의 것이 좀 더 내 정서와 맞는다고 착각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난 눈물은 없고 호기심은 많다.

 


어쨌든 <대화의 법칙>은 래리 킹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하는 방법에 대한 충고다. 이 책의 원제는 <How to Talk to Anyone, Anytime, Anywhere>인데, 이것이 ‘법칙’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지면서 무척 딱딱해졌다. 래리 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말 거는 방법이지만, ‘대화의 법칙’이라는 말은 빈틈이 전혀 없는 영원불변의 진리 같은 느낌을 준다. 때문에 이 책으로 말의 법칙을 습득하여 대단한 대화의 달인이 되고자 한다면 분명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이 책은 래리 킹이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몇 가지 도움말들을 우리에게 알려줄 뿐이다.

래리 킹이 이 책을 통해 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언하는 것 중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솔직할 것’,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것’, 그리고 ‘계속 말을 할 것’ 정도다. 래리 킹은 만약 자신이 제대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 그 상황 그대로 솔직하게 말할 것을 당부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인터뷰시 잘 알지 못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괜히 아는 척 하여 상황을 어렵게 만들지 말고, 솔직하게 자신의 처지를 밝히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자리에 대비해 미리 철저히 준비할 것을 조언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면 애써 그 상황을 감추는 것보다 솔직한 편이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대화란 결국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이다. 이것은 자신을 알림과 동시에 타인을 받아들이는 행위다. 즉 자기자신을 이야기하는 것 못지 않게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중요하다. 좋은 대화의 시작은 성실한 경청에 있다. 어쩌면 이것이 절대불변의 ‘대화의 법칙’에 가장 가까운 것일지 모른다.

말이라는 것도 역시 훈련을 통해 단련될 수 있다고 이 대화의 고수는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 말을 잘 못한다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내가 그렇다. 적절한 단어로 문장을 엮어 입 밖으로 내뱉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한편으론 이 행위는 순발력과도 관계가 깊다. 운동선수들이 각자의 종목에 맞게 특별히 고안된 훈련으로 근력과 순발력을 기르는 것처럼, 우리도 지속적인 말하기 연습으로 단어의 선택과 조합의 순발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사실 ‘블로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공간이지만 결국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어 있는 이 곳은 대화의 장소로서도 손색이 없다. 물론 익명이라는 장단점을 품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트랙백과 댓글로 이루어진 다른 이들의 생각을 충분히 들으며, 꾸준한 포스팅으로 글쓰기를 향상시키는 과정은 이 ‘대화의 법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십 년 동안 말하는 직업을 가져온 이 사람의 책 한 권을 제목처럼 무겁게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재확인해주는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잊고 지내는 것도 스스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래리 킹의 조언이 그의 명성에 의해 실제보다 더욱 크게 보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도 그것들을 숙지할 때 손해 볼 것은 없다. 결국 죽을 때까지 대화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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