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몰입할 대상을 찾아 삶의 질을 높이라굽쇼?

저자에 따르면 몰입은 행복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은 대개 자신의 행복 정도를 속이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것이 어려우며, 따라서 한 시간이 일분으로 느껴질 정도의 정직한 몰입만이 우리 삶을 풍족하게 해 줄 것이라 주장한다. 그것은 몰입이 철저히 주관적인 영역임과 동시에 자신이 무언가에 빠져있다는 사실 자체를 외부에서도 명확히 판단 가능한 단 하나의 척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몰입의 즐거움>의 내용은 이런 몰입의 행위를 일 뿐만 아니라, 공부, 취미, 여가활동, 심지어는 우리 생활의 사소한 부분 하나 하나에까지 적용하기를 권하는 것이 전부다. 다시 말하면 ‘매사에 최선을 다해 정신을 쏟으라’는 얘기다. 칙센트미하이의 메시지는 분명 의미 있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명확한 얘기를 애써 장황하게 풀어놓은 느낌 또한 없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몰입의 즐거움>은 몰입에 대한 방법서가 아니라, 몰입에 대한 저자의 예찬론을 펼쳐놓은 책이다.



글의 형식 자체가 확고한 주장의 줄기를 훑는다기 보다, 이것 저것 곁가지들을 하나씩 사례로 들어가며 반론을 펴나가기 때문에, 칙센트미하이의 권유는 때로는 공허한 느낌마저 든다. 이것도 옳을 수 있지만, 결국은 저것이 옳다는 형식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저자가 몰입에 대한 확실한 호감을 더욱 정확하게 풀어냈다면, 그의 찬송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렸으리라 예상하게 된다. 우리 스스로를 낮은 행복감으로 속이는 것보다 매사에 몰입하여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낫다는 메시지는 분명 매력이 있지만, 위 같은 불분명한 표현이 책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 정작 그 내용엔 몰입이 되지 않는 이 아이러니.

그러나 이 같은 아쉬운 점을 애써 포장해 보건대, 중요한 것은 우리 생활에서 몰입의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하라는 그의 의도일 것이다. 몰입이 우리의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높여줄 것이라는 메시지 말이다. 칙센트미하이의 주장이 때로는 우리의 여유로운 휴식까지 싸잡아 쓸데없는 행위로 여겨지게 하는 면이 있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 어떤 행위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것의 몰입의 경지까지 끌어올려 가장 좋은 결과를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다.

근데 마지막으로 정말 정말 의문스러운 것은, 몰입에 대한 뜨거운 찬양이 담겨있는 이 책엔 왜 몰입행위에 대한 도움말이 전혀 나오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 도대체 어떻게 몰입하라는 얘긴가요? 주문을 외우면 되나요? 아니면 이번엔 몰입에 대한 방법서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건가요? 음, 만약 그런 책이 있고 그 책을 구입하게 된다면 마치 저자의 판촉전략에 말려든 기분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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