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페인 / Max Payne

마크 월버그의 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은 확실히 남자가 봐도 멋지다. 개성 있는 얼굴과 독특한 캐릭터를 자양분 삼아 그는 이미 견고한 필모그래피의 탑을 쌓아 올린 베테랑 배우가 되었다. 이 배우는 언뜻 보기에 작은 체구에도 단단해 보이는 근육질에 어린 시절 골목대장 정도는 쉽게 따냈을 것 같은 인상이지만, 때로는 어린 아이같이 너무도 순진한 표정을 슬쩍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매력의 그가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그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척 아쉬웠을 것이다. 게임원작을 두고 있는데다가 형사이면서도 법 밖에 서있는 마초 캐릭터를 내세운 <맥스 페인>은 말 그대로 마크 월버그를 위한 영화다. 검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예의 그 멋들어진 양미간의 주름을 진하게 지어주면서 양 손의 매그넘을 펼치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악당의 손에 가족을 잃고 분노에 포효하는 맥스 페인은 한 성깔 할 것 같은 표정과 분출직전의 슬픔을 가둬두려는 얼굴을 동시에 가진 마크 월버그와 의외로 잘 겹쳐진다.

 


그러나 <맥스 페인>을 통해 특정 영화에 대한 좋은 인상은 결코 배우 혼자서 이뤄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맥스 페인>에서 발견되는 이야기구조의 무미건조함은 영화가 신경을 쓴 다른 부분들, 즉 <씬 시티>를 염두에 둔 듯한 스타일에 대한 집착이라든지,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잘 써먹을 수 있는 비운의 액션스타를 새로이 만들어내려는 야심찬 시도 같은 것들을 모두 저 스크린 뒤쪽으로 보내버리고 말았다. 영화는 맥스 페인이라는 냉정하고 무적에 가까운 킬링 머신을 게임으로부터 불러들이는데 성공하지만 그가 서있는 세계가 스크린 밖 관객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해야만 한다. <맥스 페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치 잿가루 같은 눈이 도시를 덮는듯한 비주얼상의 설정이다. 그 다음은 게임에서도 써먹었던 불릿 타임 효과를 곳곳에 섞은 액션장면들. 그런 후에는, 결과가 훤히 보이는 지루한 복수극만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액션장면에 심혈을 기울였느냐 묻는다면 또 할 말이 없다. 물론 제작진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완성한 장면을 단 몇 줄의 문장만으로 형용한다는 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맥스 페인>의 액션장면은 적절한 맥을 잡지 못한 채 굳이 필요도 없는 순간에 튀어나오는 불릿 타임 장면들로 인해 스토리만큼이나 흥미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매트릭스>가 이 신선한 효과를 막 보여주기 시작했을 무렵만 해도 관객들은 화면 속에서 왜곡되거나 정지된 시간 자체를 넋 놓고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이 흥미로운 화면상의 마술이 이미 액션영화의 하나의 관습이 되어버리기 전의 일이었다. <맥스 페인>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뜬금없는 순간에 이 카드를 내놓는다. 혹시 딴에는 이런 트릭 따위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의 하나였을까. 영화의 의도가 어쨌든 <맥스 페인>의 액션장면이 극의 지루한 흐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가 원작의 설정을 얼마나 가져다 살려냈는지는 모르지만 <맥스 페인>은 게임원작을 성공적으로 영화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수많은 증거들 중 하나가 되었다. 하긴 유저의 참여만으로도 그 가공의 세계에 쉽게 몰입이 가능한 게임과 관객이 스크린 밖에서 이 세계를 간접 경험해야 하는 영화는 그 성질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맥스 페인>은 엔딩 크레딧을 통해 단 한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로의 발전을 원하고 있음을 밝히는데, 그런 영화의 꿈이 과연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다. 마크 월버그가 열심히 방아쇠를 당기며 그려낸 맥스 페인의 캐릭터는 애초에 복수심의 발로로 탄생한 것이기에 이 여정이 끝나는 순간 그 생명의 유통기한 또한 연장하기 어렵다. 때문에 주인공의 복수과정을 대략 마친 것으로 보이는 영화가 이 빈약한 스토리를 어떻게 연장, 발전시킬 지도 하나의 과제가 된다. 과연 마크 월버그는 이 잿빛 도시에 위풍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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