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찬 - 달에서 온 편지 (2009)

작년 말엔가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조규찬은 히트곡 없는 아티스트의 비애(?)를 재치 있게 고백했다. 형 조규만의 히트곡을 자신의 곡인 줄 알고 다가온 팬의 이야기였다. 글쎄, 즐거운 농담이긴 했지만 어째서 이 놀라운 아티스트에겐 전 국민이 알만한 유명한 곡이 없는 걸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조규찬의 음악에서 장르는 의미가 없다. 록에서부터 알앤비까지 각 장르의 특성들을 음반 안에 자유롭게 구현해내는 중에도 결코 자신만의 색깔을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아티스트. 그는 어쩌면 규모에 초점을 맞춘 '국민가수'라는 공허한 팻말 대신 탄탄한 매니아층을 거느린 '아티스트'의 호칭만으로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에서 온 편지]는 어쿠스틱 사운드로 편곡된 조규찬의 대표곡들을 담고 있다. '라이브'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긴 하지만 현장감 보다는 차분한 분위기가 더 강하다.


조규찬

달에서 온 편지 (2009)

01. 비둘기야 비둘기야
02. 사막을 걸어온 네온사인
03. Time After Time
04. 추억#1
05. 말해줄께
06. Crazy For You
07. Long Trip
08. 좋은 날
09. 빨강머리 작은 새
10. Ben
11. 잠이 늘었어
12. 서울하늘
13. 믿어지지 않는 얘기
14. The Water Is Wide
15. 무지개
16. I Love You
17. I Love You (Inst.)


앨범에는 조규찬의 오리지널 곡 외에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Time After Time', 마돈나(Madonna)의 'Crazy For You', 잭슨 파이브(Jackson Five)의 'Ben', 칼라 보노프(Karla Bonoff)의 'The Water Is Wide'같은 몇 개의 커버곡이 포함되어 있다. 신곡으로 수록된 'I Love You'는 대만 아티스트 데이빗 타오(David Tao, 陶喆)의 '爱,很简单'이 원곡인 리메이크곡이다. 모두 원곡만의 아우라를 가진 노래들이지만 조규찬의 손끝을 거치면서 그의 곡이 되었다.

담백하게 어쿠스틱 사운드로 포장한 '비둘기야 비둘기야', '사막을 걸어온 네온사인', 그리고 '추억#1' 등은 정말 듣기 좋다. 수록된 노래 중 가장 최근 발표곡인 '잠이 늘었어'도 마찬가지. 원곡의 악기구성들을 들어내서인지 조규찬의 목소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들린다. 때론 차분하고 담백한, 때론 의도적인 기교를 가미한 그의 목소리는 그의 음악에서 하나의 악기다. 기존 곡에서의 음색과 다른 조규찬의 목소리가 어쿠스틱 악기들만으로 꾸민 [달에서 온 편지]를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조규찬은 최근 새 앨범 [9]를 발표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고 한다. 돌아온 그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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