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lica - Load (1996)

메탈리카의 [Load] 앨범이 나왔을 때, 수많은 매체와 팬들은 이 스래쉬메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드디어 얼터너티브 열풍에 잠식당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리프는 타이트한 맛을 잃고 설렁설렁 그루브를 타기 시작했으며, 제임스 햇필드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멜로디를 표현하는데 관대해졌다. 사실상 블랙 앨범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던 이전보다 유연해진(나는 '세련된'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만) 사운드가 [Load]에 와선 마치 그들의 사운드에 심취해온 팬들에 대한 배신의 증표처럼 여겨졌다. 'Nothing Else Matters'나 'Unforgiven'은 무뚝뚝한 스래쉬 마초로부터 발견한 부드러운 일면으로 칭송 받았지만, 'Mama Said'는 아무 특징 없는, 힘 빠지는 발라드로 낙인 찍혔다.

 

Metallica
Load (1996)

01. Ain't My Bitch
02. 2 X 4
03. The House Jack Built
04. Until It Sleeps
05. King Nothing
06. Hero Of The Day
07. Bleeding Me
08. Cure
09. Poor Twisted Me
10. Wasting My Hate
11. Mama Said
12. Thorn Within
13. Ronnie
14. The Outlaw Torn


나와 메탈리카의 만남은 공교롭게도 바로 이 [Load] 앨범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인지 내게 메탈리카 월드의 문을 열어준 이 앨범에 남다른 호감이 있다.

당시 많은 리스너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Load] 앨범엔 그렇게도 들을만한 것이 없었을까. 이 앨범을 구입하고 'Until It Sleeps', 'King Nothing', 'Hero Of The Day'로 이어지는 킬링 트랙들에 마음을 빼앗겼던 기억이 난다. 호방하게 터지는 'Wasting My Hate'의 리프나 위에 언급했던 'Mama Said'의 감성은 또 어떤가.



[Load] 앨범에 대한 팬들의 푸대접(이라지만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5백만장이 넘게 팔렸다…)은 몇몇 그런지 밴드들이 주름잡은 당시 주류 록씬과의 비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을 터. 이들의 많은 팬들은 그런지 밴드들이 장악한 우울하고 너절한 록씬에 한방을 먹여줄, 메탈리카만의 강력한 사운드를 고대하고 있었을 거다. 그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블랙 앨범에서 한발 더 나아간 [Load]가 아니라 어쩌면 [Master Of Puppets]나 [And Justice For All]의 리마스터링 버전 앨범이었을지도 모른다.

블랙 앨범에서부터 진짜 노래(!)를 시작한 제임스 햇필드(James Hatfield)는 [Load]에서 더 원숙해진 목소리를 들려준다. 메탈리카의 노래를 카피해보거나 노래방에서 불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제임스 햇필드의 보컬은 쉽게 흉내 낼 만한 것이 못 된다. 그리고 그걸 어마어마한 리프를 연주하면서 부른다. (여기서 잠시 데이브 머스테인에게 경배를…) [Load]에서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를 줄이고, 좀 더 리듬을 타기 시작한 리프에 자연스럽게 올라탄다. 과거 앨범에서의 패기 넘치는 목소리 역시 그대로 매력이 있지만, 나이와 함께 원숙해진 햇필드의 목소리 또한 멋지다.

다만 [Load]에서 안타까운 부분은 음악색깔의 변화가 아니라 여러 개로 잘게 나눠진 트랙들이 모두 동일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 블랙 앨범은 그렇지 않았다. 역사에 길이 남을 'Enter Sandman'의 리프로부터 시작하는 저 위대한 앨범은 마지막 트랙까지 진행되는 동안 능수능란한 강약조절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꽉 짜인 레퍼토리로 채워져 있다. 그런 면에서 메탈리카는 [Load]에서부터 그들의 아이디어 고갈을 드러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Load]와 [Reload], 그리고 [St. Anger]를 통해 골수팬들의 비난 '콤보'를 배불리 먹었던 메탈리카는 헤비사운드가 다시금 환영 받기 시작한 2008년 [Death Magnetic]으로 돌아와 굶주린 팬들의 욕구를 채워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Load]는 꽉 조이는 맛은 없어도 능글능글한 메탈리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앨범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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