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도중 비가 왔다 / 달리기 일지 3

지난 4월 14일부터 마땅한 핑계거리가 나타나지 않으면 대개 이틀에 한 번 달리려고 하고있다. 매일 달리기는 생각만해도 버겁다. 충분한 회복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격일 달리기가 현재 내 몸과 마음 상태에 맞는 것 같다.

 

2023년 7월 11일. 비가 온다는 것을 구실로 하루 더 달리기를 쉰 바람에 사흘만에 뛰었다.

 

7월 들어 세 번째 7km 조깅.

 

최근 두 차례 달리기 모두 7km를 뛰었다. 한 번은 (6월 이후 다소 불안정한) 왼쪽 발목에 보호대를 하지 않고 달렸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날 달리기 후 하루 종일 왼쪽 발목에 불쾌한 느낌(결림? 쑤심?)이 사라지지 않았다(다음 날엔 사라져 있었다). 또 다른 한 번의 달리기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뛰었는데 달릴 때는 불편감이 있었지만 달리기를 마친 후에는 곧 괜찮아졌다.

 

7월 11일엔 발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달렸다. 7km의 중반 즈음까지는 발목 어딘가 결림 증상이 사라지지 않다가, 후반이 되면서 신기하게 괜찮아졌다. 조깅이 끝나고 나서도 불편함은 없었다. 6월 가벼운 통증 이래 그 부위에 (미미하더라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틀림없을 터이다. 그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달리다보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미 비가 온다고 하루를 쉰 다음 날이다. 이날은 날씨를 핑계삼아 멈출 수 없었다. 빗방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달린 거리가 전체 거리의 1/3을 지나는 시점이었다. 이미 뛴 거리가 있는 만큼 이대로 돌아가기 아까웠다. 결국 목표 거리인 7km에 이를 때까지 비를 맞으며 뛰었다.

 

모자와 옷과 신발이 빗방울에 젖고 있을 때 머릿속엔 번거로운 생각이 채워졌다. 옷은 땀만 마르면 빨래통에 넣어두면 되니 덜 신경써도 될 것이다. 단, 손빨래를 한 지 며칠 되지 않은 모자는 또 빨아야 할 것이고, 신발도 조치를 잘 취해 놓지 않으면 불쾌한 냄새가 남기 일쑤다. 대단한 일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헤벌쭉 웃음을 유발하는 일은 아니다.

 

이럴 때는 짜증스런 생각을 떨치려고 노력 해본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아닌가. 비가 오니 날이 시원하군. 7월 여름날에 비 덕분에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을 일이다. 젖은 모자와 신발이 뭐가 대수라고.

 

집에 와 모자를 손빨래하고, 신발에 신문지를 잘라 구겨넣었다. 거의 매일 비가 오는 나날이긴 하지만 잠깐 해가 나오는 때도 있다. 그때 잽싸게 말려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