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내용 실생활에 적용하기
- 책 이야기/독서 노트
- 2024. 11. 19.
과학적으로 검증된 학습 전략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는 실증 연구로 검증된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개인의 경험을 미화하고 부풀려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책도 아니고, 우주의 기운을 받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고 설교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을뿐 아니라 실제 사례로도 확인 가능한 공부 방법이 담겨있을 따름이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처음 읽었던 것은 약 2년 반 전이었다. 당시에는 책을 넘겨가며 알게 된 효과적인 학습법을 스스로 적용해 보지도 않고 책을 덮고 말았다.
이렇게 독서를 하니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다. 책을 흥미롭게는 보았는데, 막상 새로 습득한 지식이 무엇이었는지 세세히 기억해내기 어려웠다. 말하자면 ‘우리가 직관과 경험으로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던 학습법이 사실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라는 깨달음과 질문에서 멈춘 셈이었다.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대개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첫 장을 넘긴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독서 자체의 즐거움이다.
어떤 책들은 책장 넘기는 행위가 기억나지 않을만큼 몰입감을 준다. 내 경우 줌파 라히리와 김애란의 단편 소설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그랬다. 잠들기 전 수면에 도움이 될까 해서 책을 폈다가 평소 취침 시간을 넘길 때가 잦았던 책들이다.
둘째는, 유용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 실용성이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같은 책이 그 목적에 부합한다. (당연히 앞서 언급한 “코스모스”와 “사피엔스”도 이에 해당된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그것을 활용하겠다는 태도가 전제가 된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단지 즐거움을 위해 책을 본 것 같다. 책 속 정보가 굉장히 새로워서 읽는 행위 자체로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자로 하여금 책 속 지식과 정보를 실생활에서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을 터이다.
이 책을 다시 보려고 했을 때, 그 실용성을 염두에 두었다. 책을 읽기 전 두 갈래의 동기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이 책으로부터 알게 된 지식과 정보를 독서에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어 학습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내용 독서에 적용하기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두 번째 읽을 때, 하나의 학습 전략이 나오면 이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도 그것을 적용해 보려 했다. 독서를 정보를 습득하는 일종의 학습이라 볼 때 학습 전략을 독서에 활용한다는 것이 말이 되었다.
책의 초반 ‘인출(Retrieval)’ 개념이 등장한다. ‘인출’을 독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방식을 활용했다.
우선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일정 부분 읽은 후 독서를 잠시 멈춘다. 한 번에 읽는 분량은 임의로 정했다. 하나의 챕터 안에 여러 개의 하위 챕터가 있는데 하위 챕터 하나를 다 읽었으면 독서를 잠깐 멈추었다.
그런 후 방금 읽었던 하위 챕터에서 중요하거나 흥미롭다고 여긴 내용을 속으로 되뇌이거나 입으로 읊조린다.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입으로 읊조리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었다.) 읽었던 내용을 떠올리는 행위, 즉 ‘인출’이다.
글로 써보는 것도 좋다. 나는 에버노트 앱에 노트 하나를 만들어, 책을 다시 보지 않은 채 읽은 내용을 요약하거나 키워드와 함께 간략한 설명을 정리해두었다. 다음 날이나 며칠 후 다음 챕터를 읽기 전, 이전에 정리한 에버노트 노트를 한번 읽어 본다. 노트를 보지 않고 이전 내용을 떠올리려 애써 본 후, 노트를 보고 나서 내용을 확인한 적도 있다.
새로 습득한 정보를 입으로 말해 보거나 글로 써보는 것은 ‘인출’뿐 아니라 ‘정교화(Elaboration)’와도 연결된다.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책 내용을 글자그대로 재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본인만의 어휘를 사용하여 정리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새 정보와 이미 알고 있던 관련 지식이 연결되기도 한다. ‘정교화’ 과정이다.
그렇게 하위 챕터 하나를 읽을 때마다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인출’과 ‘정교화’를 적용하여 독서를 이어가는 동안 책 속 일부 세부 사항이 누락될 수는 있어도 본인이 관심가진 내용의 큰 줄기는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아래 글을 썼을 때도 ‘인출’과 ‘정교화’ 과정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내용 외국어 학습에 적용하기
앞서 말한 것처럼, 외국어 공부는 이 책을 다시 보려고 한 또 하나의 동기였다.
그런데 사실 이 책 내용을 곱씹기 전에도 이미 책에서 효과적이라고 설명된 학습 전략을 사용중이었다.
몇 년 전부터 플래시카드 앱을 활용해 어휘와 예문을 익히고 있었는데, 이는 ‘분산 학습’의 한 예이다.
앞선 글에서도 정리한 것처럼, 하나의 주제나 기술을 한 차례의 긴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보다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플래시카드 앱은 하나의 학습 내용을 하나의 카드에 담아, 시스템에 따라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간격을 둔 반복 학습’, 즉 ‘분산 학습’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플래시카드는 실제 종이 카드로도 만들 수 있으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플래시카드 앱이 비교적 편리하다. Anki라는 앱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나는 iOS 용 Flashcards Deluxe라는 앱을 사용 중이다.
플래시카드 내용을 입력할 때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보았던 효과적인 방법을 하나 더 적용할 수 있다. 카드 내용을 퀴즈 형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카드 1면 상단에 공부하고자 하는 어휘의 원어와 한국어 정의를, 1면 하단에 해당 어휘가 사용된 예문을 입력한다. 예문에는 공부하고자 하는 어휘에 괄호가 쳐져있다. 정의를 보고 예문 속 빈칸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카드 2면에는 해당 어휘와 발음을 적는다.
그런 다음 복습 시 1면과 2면이 랜덤하게 나오도록 설정한다. 1면을 보게 되면 어휘를 맞추는 퀴즈를 풀어야 하는 것이고, 2면을 보게 되면 뜻과 예문을 떠올려야 한다. 예문이 떠오르지 않으면 해당 어휘를 사용해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 본다.
이렇게 하면 어휘 공부에 퀴즈를 활용한 ‘인출’, 시간 간격을 둔 ‘분산 학습’이 모두 적용되는 셈이다.
여기에 플래시카드를 활용한 어휘 공부만 하지 않고, 원서 읽기, 외국어로 글쓰기, 회화 수업, 외국어로 된 각종 팟캐스트 듣기나 영화 보기를 병행하는 것은 ‘교차 연습’, ‘변화를 준 연습’의 예가 된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외국어로 혼자 말하기도 훌륭한 ‘정교화’ 과정일 수 있다는 점이다.
상호 작용과 피드백이 수반되는 실제 원어민과의 대화가 외국어 능력 향상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외국어로 혼자 말하기 역시 기존에 습득한 언어 지식을 스스로 조합하여 표현해내야한다는 점에서 ‘정교화’ 과정과 굉장히 흡사하고 따라서 꽤 효과적인 연습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외국어로 혼자 말하기를 할 때 책 한 권을 참고했다. 오래전에 사둔 “Q book for English Teachers”라는 책이다. 이 책을 만든 이는 Matthew Warren이라는 영어 강사로, 책 속에 영어 수업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질문을 담았다.
위와 같은 책이 없더라도 최근 본 영화, 최근 읽은 책에 대해 외국어로 설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외국어로 혼자 말하기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일정 수준 이상의 어휘력과, 스스로의 실수를 사후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해당 언어의 초보 단계에서는 실행하기도 어렵고 해 본다해도 의미있는 효과는 없을 것 같다.
다시 읽기 시작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두 번째 완독한 후, 다시 첫 장을 폈다. 이번에는 더 천천히 읽을 생각이다.
책 속 내용을 독서 과정에 바로 적용하면서 중요하고 가치있는 정보를 충분히 습득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친 내용이 적지 않다. 독서와 병행한 ‘인출’과 ‘정교화’ 과정 중에도 내 집중력의 큰 그물코를 빠져 나간 지식과 정보가 많다.
이 책은 두고두고 읽을 가치가 있다. 독서와 외국어 학습 외 다른 관심 분야에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의 내용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