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싱어는 그 스스로가 '엑스맨' 시리즈의 프로페서 X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가 마블이 아닌 다른 집안의 빨간 '빤스' 영웅에게 혹해 돌연변이들을 버리고 떠났을 때도 아마 이 시리즈의 팬들은 그가 언젠가 돌아와 주리라는 막연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려 깊고 인자한 찰스 이그재비어가 자기가 길러낸 돌연변이들을 영원히 내팽개치리라는 상상은 할 수 없으니까. 그리하여, 정말,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왔다! 는 그 무엇보다 시리즈 창조자의 귀환이 반가운 영화다. 브렛 래트너가 신나는 초능력의 격전지로 만들었던 이나 개빈 후드가 테스토스테론 가득한 마초 액션물로 그려낸 모두 나름 재미있었지만, 이 영화들에서 과 가 가진 미려한 균형감각을 느낄 순 없었다. 브라이언 싱어가 가진 균형감각은 겉모습만..
과묵하다는 이유로 동네에서 여러 루머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전당포 주인아저씨 차태식(원빈)은 '절친'이 하나 있다. 언제부턴가 전당포에 들락거리는 소미(김새론)라는 꼬마 여자아이다. 어째 평범하진 않겠다 싶은 아저씨의 인생도 그렇겠지만, 이 꼬마녀석의 삶 또한 기구하다. 유흥가 댄서였던 엄마는 마약에 중독된 건 물론, 악명 높은 장기밀매조직의 약을 빼돌린 사실이 탄로나 곧 생명이 위독할 운명이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빗나가지 않는다. 인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장기밀매조직은 소녀의 어미가 숨겨둔 마약을 찾기 위해 소녀를 납치한다. 이 과정에서 전당포의 아저씨가 연루되고, 표정부터 심상치 않았던 아저씨의 고된 액션이 시작된다. 아저씨는 과연 유일한 '절친', 소녀를 구할 수 있을까. 는 편안히 지켜보..
영화는 스산한 호수에서 한가로이 배낚시를 즐기는 노인(바로 의 리차드 드레이퓨스!)의 모습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이 여유로움이 얼마 안가 공포로 바뀔 줄이야. 그가 마시다 버린 술병 하나가 불행하게도 잠들어있던 고대 식인물고기 피라냐를 깨우고 만 것. 장소는 바뀌어 젊은이들의 열기가 가득한 호숫가. 시원한 풍경과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비키니 차림의 소녀들과 그들을 게걸스럽게 바라보는 소년 무리들이 한데 뒤엉켜 있는 곳이다. 보안관 어머니를 둔 제이크(스티븐 R. 맥퀸)는 이곳에서 마음에 두었던 켈리(제시카 스자르)를 만난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얼떨결에 영화촬영을 위해 현지인을 찾고 있던 포르노필름 감독 데릭(제리 오코넬) 일행에 합류하게 된다. 오랜 잠에서 깨어 심기가 불편한 피라냐가 이들을 노리..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미국행을 결심한 아나운서 고선영(수애)은 자신이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의 마지막 방송을 준비한다.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그들의 신청곡으로 두 시간을 채우고 나면 이제 그 동안 정들었던 스튜디오와도 작별이다. 한편 고선영의 후임으로 내정된 아나운서가 시체로 발견되고 스튜디오에는 이 프로그램의 열혈 청취자라는 사람의 괴전화가 걸려온다. 수화기 너머의 인물은 고선영의 집에 침입해 그녀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는다. 그는 마지막 방송을 자신의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그녀의 여동생과 아이들을 해치겠다고 협박한다. 이 전화를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으로만 여겼던 고선영은 점점 끔찍해지는 현장의 상황이 휴대폰으로 전해지자 그제서야 이것이 악몽이 아닌 현실임을 깨닫는다. 을..
영화 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첫인상은 나 시리즈의 어두운 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 오색찬란한 색채감각이다. 이 영화의 기원에 대해 조금도 준비 하지 않았다면, 역시 마찬가지로 형형색색의 코스튬을 선보이던 유쾌한 슈퍼히어로 영화 와 영화의 분위기가 비슷하리라 오해 할만도 하다. 단적으로 말해 는 앳된 10대 소년, 소녀가 적의 머리에 총알 구멍을 내고 악당의 팔을 너덜너덜하게 부러뜨리고 그들의 배를 회 뜨듯 칼로 뚫어버리는 영화다. 밝은 색의 코스튬으로 아래 위를 꾸민 이 영웅들은 그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잔인한 액션을 선보인다. 다만 고어씬에 선천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일부 관객들은 이들이 그나마 화면 전체를 피 칠갑으로 물들이진 않는다는 데 고마워할 수는 있겠다. 주인공 데이브(아론 존..
중국 사천성 청두에 출장 온 동하(정우성). 마중 온 지사장(김상호)과 잠시 짬을 내 두보초당(杜甫草堂)에 들른다. 홀로 기념관 안을 둘러보던 동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따라간다. 그곳에서 미국 유학시절 좋은 감정을 나눴던 메이(고원원)를 만난다. 영화는 영원히 못 볼 줄만 알았던 예전 연인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는 평범하지만 여전히 설레는 이야기의 배경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중국의 풍경을 펼쳐 놓는다. 동하가 곤욕을 치르며 먹게 되는 청두의 특산요리조차도 기억해도 좋을 만한 이국적인 추억으로 남는다. 영화에서 청두는 또 하나의 주요한 등장인물이다. 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의 모델버전같은 느낌이다. 국적 따위는 방해물이 되지 못하는 젊은 연인들의 짧은 재회 속에 동하와 메이의 훤칠하고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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