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줄리안 무어)은 요즘 남편 데이빗(리암 니슨)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음을 실감한다. 세월이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녀는 점점 중후해지며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남편과 단순히 주름만 늘어가는 듯한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늘어가는 것은 얼굴에 새겨지는 세월의 흔적만이 아니다. 멋진 남편에 대한 의심도 나날이 커간다. 더구나 데이빗의 행동은 의심을 증폭시키고 캐서린은 그런 의심을 확정할 물증을 잡고 싶어 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아닌지, 혹시 그럴 가능성은 없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캐서린은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콜걸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아름다운 클로이가 데이빗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때 그가 유혹의 제스쳐를 취할 지 테스트하는 것이다. 캐서린은 클로이에게..
사내의 꿈은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공을 던지는 것뿐이었다. 리그우승이나 월드시리즈 반지는 아마 그 다음 단계의 희망이었을 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짐 모리스는 메이저리그라는 문턱조차 넘을 수 없었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두려워할 치명적인 부상이 그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주부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을 법한 그저 안타까운 라디오 사연 중 하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헐리웃, 그것도 디즈니가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리 없다. 짐 모리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긴 투수다. 그것은 역대 최다승, 최다삼진기록 같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 교사로 평범한 생을 살다 35세의 나이에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무대를 가진다. 이조차도 역대 최..
이제는 세간의 화제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이 영화에 대해 끼적거리려다 그만두기를 여러 번, 그새 시간은 한참이나 지났다. 이유는 뭐, 이미 할 얘기는 다 나온 마당에 중언부언 하기도 그렇고, 영화에 대한 느낌이 첫 번째 감상과 두 번째 감상 사이에서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뭔가 잘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본 ‘판도라’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거울. 혹은 새로운 오락거리로 다가온 단순한 환상. 관객들의 현실 탈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는 매우 정형화된 이야기에 보는 이의 현실 감각을 마비시킬 만큼 탁월한 시각효과를 얹힌 롤러코스터 영화다. 아니, 반대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비주얼을 뼈대로 하고 거기에 살짝 스토리를 더했다는 편이 옳겠다. 를 보며 든 첫 번째 생각은,..
누군가를 사랑… 아니 좋아하게 되면 그 대상의 표정이나 습관, 심지어 단점까지도 좋아진다. 그 모든 것이 상대방을 이루는 일부이기 때문이리라. 대상이 되는 그녀는 하나의 완전체. 그녀를 향한 호감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이루는 바로 그때, 우리는 그가 어떤 흠을 가지고 있든 괘념치 않게 된다. 마치 신체기관의 일부처럼 그 단점들이 없다면, 좋아하는 그녀(혹은 그) 역시 존재할 수조차 없으니까. 하나님 부처님, 미천한 저에게 이토록 과분한 여인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잘 믿지 못하는 이유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지는 바로 그 시기 때문에 말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아름답던 그녀의 표정이 평범한 것으로 절하되더니, 때로는 그것이 급기야 싸움의 빌미가 되기..
F. 게리 그레이의 신작, 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의 감정은 볼 일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화장실을 떠나야만 하는 어느 불행한 사람의 그것과 매우 유사할 지도 모른다. 미국 법 체계의 불완전성을 떠보려는 시도가 살인자의 손에 가족을 잃은 한 가장의 사이코드라마로 확장되더니, 이내 슈퍼히어로에 가까운 테러리스트의 복수극으로 발전하다 끝내 허무한 엔딩에 종착한다. 이런 저런 갈래로 피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들이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한 채 관객을 어정쩡한 길 한복판에 서 있게 만든다. 영화가 기상천외한 테러의 전시장이 되려 했는지, 세상을 향해 복수의 X침을 날릴 수 밖에 없는 비정한 부성(父性)을 강조하려 했는지, 아니면 출세를 목표로 한 현실주의자들의 독무대가 된 미 법조계를 풍자하려 한 ..
는 와 더불어 2009년 최대 기대작이었다. 대중적 인지도와 비평적 성취를 동시에 이룬 이 두 감독의 신작은 언제나 팬들을 설레게 한다. 여행 전의 두근거림이 집에 돌아온 후의 피곤함에 늘 앞서 있듯이, 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품었던 기대감 자체가 이미 하나의 즐거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두 감독이 아직 만들어 내지 않은 그들 생애 최고의 걸작을 고대하는 것은 영화 팬들의 기쁨이다. 일찌감치 재야의 종소리와 함께 2009년을 떠나 보낸 지금, 개인적으로 가 아쉬웠다면 는 그와 정반대의 인상을 준 영화다. 스스로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때 느끼는 안도와 환희. 영화 는 을 되새김질 하게 만든다. 도심을 벗어난 변두리를 배경으로 탄탄한 이야기 안에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가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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