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t G-290 이 녀석과의 인연을 이야기하자면 벌써 지금으로부터 5년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니 말이 나온 김에 그 이전으로 더 가보자. 콜트 G-290을 만나기 이전에 접했던 기타들까지 말하기 위해서는 군대시절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때가 비로소 기타를 연습해보고자 마음먹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기타는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의 삼익의 저가형 모델로 플로이드 로즈 브릿지가 장착되어있는 녀석이었다. 저가의 플로이드 로즈형 브릿지는 사실 튜닝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튜닝이 자주 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튜닝 자체도 정확하게 맞추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연습은 가능한 기타였으므로 초보자인 나에게 큰 문제는 없었다. 정작 문제는 처음 기타를 살 때 종종 그렇듯이 헤비메틀..
스스로를 돌아보면 확실히 끈기가 있는 성격은 아니다. 특히나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이라 무슨 일, 어느 사물, 어떤 사람에게든지 꾸준한 관심을 주는 경험은 거의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뒤늦게 후회할 일도 꽤 많았던 것 같다. 특히나 사람인 경우엔 더욱. 대상이 음악이라 해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나마 CD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에는 휴대한 몇 장의 CD를 하루 종일 듣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엄청난 양의 음악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MP3P의 시대라면 한 곡의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폴더의 노래를 검색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새삼 선택 받지 못한 CD속 숨겨진 명곡을 찾자는 얘기는 아니고, 그만큼 한 곡에 ‘삘’ 꽂혀 올인하는 경험이 줄어들었다는 ..
얼마 전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행사로 저렴하게 나온 버드와이저와 하이네켄 맥주를 여러 캔 사뒀다.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수를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은 한밤중에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아마도 요즘이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사둔 맥주는 매일 밤 홀짝홀짝 한 캔씩 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예전엔 한 캔만 마셔도 배가 더부룩하곤 했는데 요즘은 어째 괜찮다. 시원하게 목을 타는 느낌이 좋다. 날마다 조금씩 늘어날 뱃살이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이번에 사둔 거 다 마신 후 다시 열심히 운동하면 되지 뭐. 오히려 먹고 싶은 거, 마시고 싶은 거, 제때에 못하면 정신건강에 해롭다.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에 가까우니 안주가 굳이 필요 없겠지만 언제부터인지 짭짤한 프링글스를 습관이 되어버린 듯 곁에 두고 마신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어두침침한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그땐 점심시간마다 방송반이 틀어주던 음악이 있었다. 선곡의 폭은 의외로 넓었다. 가요가 대부분이었지만 팝도 있었고 간혹 클래식도 들렸던 것 같다. 90년대였던 만큼 너바나나 펄잼 같은 그런지 밴드의 음악도 스피커를 통해 간간이 흘러나왔다. 단 유독 메틀은 듣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방송반에 소속되어있던 한 친구에게 이 노래를 조심스럽게 신청했다. 바로 AC/DC의 ‘Back In Black’. 인트로를 듣던 친구는 어디서 많이 듣던 기타리프에 미소지었다(조작된 내 기억으론 그렇다). 아마도 서태지의 영향이었으리라. 그러나 브라이언 존슨의 쇳소리가 들려오자 금새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왜곡된 내 기억으론 그렇다). 결국 점심시간에 영 형제의 불세출..
존 메이어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일단은 그 꽤나 복잡한 (혹은 연주하기 까다로운) 기타리프에, 그 다음엔 어떻게 이리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할 만큼 멋진 코드진행과 멜로디라인에 귀가 열린다. 여기에 더해 그의 메이저 데뷔앨범 [Room For Squares]에서 10대 소녀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Your Body Is A Wonderland’처럼 간지럽지만 여성팬을 사로잡는 작사방법도 한편으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몇몇 트랙이 겹치는 그의 데뷔앨범 [Inside Wants Out]과 메이저 데뷔앨범만 들어봐도 그 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차트에서의 좋은 성적과 그래미 수상 등으로 거칠 것이 없는 이 아티스트는 두 번째 앨범 [Heavier Things]로 그 여세를 ..
Mr. Big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었다면 아직까지도 라이브의 필수트랙이 될 것이 분명한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와 ‘To Be With You’만으로도 앨범 [Lean Into It]의 의의는 모두 증명된 셈이다. 이 극단적인 두 트랙은 Mr. Big의 지향점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전자가 비르투오소 집단으로서의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후자는 이들의 연주력과는 별 상관없이 뛰어난 감성의 작곡능력(특히나 슬로템포의 노래들에 있어서)을 여실히 확인시키는 곡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감상을 밝힐 때, Eric Martin의 블루지하면서도 허스키한 보컬, Billy Sheehan과 Paul Gilbert의 장난감 다루는 듯 하는 현 연주, Pat Torp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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