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행사로 저렴하게 나온 버드와이저와 하이네켄 맥주를 여러 캔 사뒀다.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수를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은 한밤중에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아마도 요즘이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사둔 맥주는 매일 밤 홀짝홀짝 한 캔씩 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예전엔 한 캔만 마셔도 배가 더부룩하곤 했는데 요즘은 어째 괜찮다. 시원하게 목을 타는 느낌이 좋다. 날마다 조금씩 늘어날 뱃살이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이번에 사둔 거 다 마신 후 다시 열심히 운동하면 되지 뭐. 오히려 먹고 싶은 거, 마시고 싶은 거, 제때에 못하면 정신건강에 해롭다.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에 가까우니 안주가 굳이 필요 없겠지만 언제부터인지 짭짤한 프링글스를 습관이 되어버린 듯 곁에 두고 마신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어두침침한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그땐 점심시간마다 방송반이 틀어주던 음악이 있었다. 선곡의 폭은 의외로 넓었다. 가요가 대부분이었지만 팝도 있었고 간혹 클래식도 들렸던 것 같다. 90년대였던 만큼 너바나나 펄잼 같은 그런지 밴드의 음악도 스피커를 통해 간간이 흘러나왔다. 단 유독 메틀은 듣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방송반에 소속되어있던 한 친구에게 이 노래를 조심스럽게 신청했다. 바로 AC/DC의 ‘Back In Black’. 인트로를 듣던 친구는 어디서 많이 듣던 기타리프에 미소지었다(조작된 내 기억으론 그렇다). 아마도 서태지의 영향이었으리라. 그러나 브라이언 존슨의 쇳소리가 들려오자 금새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왜곡된 내 기억으론 그렇다). 결국 점심시간에 영 형제의 불세출..
존 메이어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일단은 그 꽤나 복잡한 (혹은 연주하기 까다로운) 기타리프에, 그 다음엔 어떻게 이리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할 만큼 멋진 코드진행과 멜로디라인에 귀가 열린다. 여기에 더해 그의 메이저 데뷔앨범 [Room For Squares]에서 10대 소녀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Your Body Is A Wonderland’처럼 간지럽지만 여성팬을 사로잡는 작사방법도 한편으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몇몇 트랙이 겹치는 그의 데뷔앨범 [Inside Wants Out]과 메이저 데뷔앨범만 들어봐도 그 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차트에서의 좋은 성적과 그래미 수상 등으로 거칠 것이 없는 이 아티스트는 두 번째 앨범 [Heavier Things]로 그 여세를 ..
Mr. Big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었다면 아직까지도 라이브의 필수트랙이 될 것이 분명한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와 ‘To Be With You’만으로도 앨범 [Lean Into It]의 의의는 모두 증명된 셈이다. 이 극단적인 두 트랙은 Mr. Big의 지향점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전자가 비르투오소 집단으로서의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후자는 이들의 연주력과는 별 상관없이 뛰어난 감성의 작곡능력(특히나 슬로템포의 노래들에 있어서)을 여실히 확인시키는 곡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감상을 밝힐 때, Eric Martin의 블루지하면서도 허스키한 보컬, Billy Sheehan과 Paul Gilbert의 장난감 다루는 듯 하는 현 연주, Pat Torpey..
북구의 밴드들이 내뿜는 헤비니스의 바람은 은근한 중독성을 품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 배출한 두 밴드, In Flames와 Soilwork를 빼놓고 그 바람의 성질을 얘기하기 힘들다. 솔직히 In Flames에 비해 약간 낮은 이름값의 Soilwork지만, 서로의 뮤직비디오에 교차출연 할 만큼 절친한 이 두 팀의 음악적 매력을 이야기하기에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Soilwork야말로, 2000년을 지나 지금 다시 불고 있는 헤비니스의 열풍에 딱 어울리는 그런 밴드다. 이른바 멜로딕 데스메틀이나 메틀코어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사실 그 경계도 잘 모르겠다), 최근의 경향으로 볼 때 그런 장르를 설명할만한 음악적 특징들은 분명하다. 과..
오지 오스본은 어쩌면 대운(大運)을 상징하는 태몽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이 뮤직 비즈니스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로 단순한 운이 아닌, 뮤지션으로서 그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적잖은 악재 속에서도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을 만나고 히트곡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바라보자면, 이건 하늘이 준 행운이 그를 뒤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가능할 정도다. 헤비메틀의 기념비적 기타리스트인 토니 아이오미를 만나 예의 그 ‘저주스런’ 목소리로 어둠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팀에서 나와 약물과 음주로 방황하다가도, 좌청룡 우백호에 비유할 수 있는 특급 연주자들을 언제나 옆에 두었던 인물. 이제는 귀여운(?) 할아버지의 얼굴이 되어버린 이 어둠의 황제는, 그렇게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