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는 않고 구입만 하는, 모순된 책 애호가(?) 최근 몇 년간, 읽은 책보다 구입한 책 권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책 읽기라는 취미 대신 책 구매라는 취미에 심취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적 허영은 적어도 전과 같거나 오히려 커져가는데, 그런 허영심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으른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서 구매를 멈추기가 참 어렵다. 책을 많이 구매해보니 (여전히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만은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읽으면 좋을(!) 책들이 시중에 계속 나오고 있어, 책 구매 취미를 그만두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책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있긴 하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에서, 일단 관심이 생긴 책을 장바구..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소년 챔프에 '슬램덩크' 원작이 연재되던 1990년대, 농구코트에 모이던 내 주변 아이들은 누구나 강백호,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 서태웅 흉내를 냈다. 잡지 연재분을 한창 챙겨보던 것도 모자라 단행본도 차곡차곡 모아 열심히 읽었다. 시간이 흘러 단행본은 중고서점에 판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오랫동안 이 작품을 잊고 살았다. 무슨 연유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몇 년전부터 (역시 내 10대, 20대 시절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불멸의 명작들인) '드래곤볼 풀컬러판', 'H2 소장판', '마스터 키튼 완전판' 등과 함께 '슬램덩크 완전판'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작품들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걸까, 아니면 ..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출근 준비 와중에 맥북을 켠다. 게슴츠레 뜬 눈, 눈꺼풀 틈으로 뿌옇게 보이는 화면. 눈 앞이 보이든 말든 손은 익숙한 동작으로 아이튠즈를 실행한다. 보관함을 클릭하고 팟캐스트 메뉴를 선택한다. 그 중 한 방송의 새 에피소드를 받기 위해 업데이트 아이콘을 누른다. 위장과 소장을 알코올의 무법천지로 만든 날이 화요일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제정신임을 알게 된 경우에는, 대개 매주 이 기상 후 행위를 반복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운영하는 '빨간책방'에 들르기 위해서다. 최근 한 해 동안 그 전에 비해 많은 책을 구입했다. 내 길지 않은 인생사를 돌이켜 보건대, 근 몇 개월간은 좀 무리한 것도 같다. 온라인서점 장바구니의 옆구리가 불룩하게 느껴질 만큼 꾸..
외국어 공부에 지름길 따위는 없다고 한다. 사실 외국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남보다 빨리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기적의 방법은 없다. 그런 게 있다고 선전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사기꾼이거나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다. 공부란 남이 대신 해줄 수 없고 누군가가 떠먹여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묵묵히 한 우물을 팔 줄 아는 끈기만이 필요하다. 아마 나는 이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동안 혹시라도 요행은 없을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 한 예로 아이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외국어 학습 앱을 구입했다. 지금도 나는 그 모든 앱이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 어떤 교재도 학습자를 자동으로 학습시킬 수는 없다. 음식이 아닌 공부에 있어서라면, 재료의 좋고 나쁨, 요리사의 실력이 아..
때론 영화에서 소설로 이어지는 원작으로의 탐험이 새롭고 즐거운 발견을 낳기도 한다. 영화 은 나를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 으로 이끌었고, 은 이 중년의 일본 작가를 내 뇌리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꾼으로 각인시켰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들은 잘 만든 특집드라마를 보듯 간결하고 명료하다. 그의 짧은 이야기들 속엔 지루하도록 깊이 내려가 결국 독자와의 공감의 접점을 잃어버린 자아성찰이나 관념의 철학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그 행동이 금새 예측되는 재미없는 캐릭터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사다 지로는 이야기와 주제, 인물 사이의 강약을 제대로 조절해 독자로 하여금 그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엔 제목 그대로 '이상야릇하고 재미나는 이야기'들이 옴..
최근 들어 독서습관이 좀 요상(?)하게 변했다. 전 같으면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엔 손을 대지 않았는데, 요즘엔 이 책 저 책 동시에 뒤져 보다가 결국 한 달 이상 걸려 다 읽게 된 책도 꽤 된다. 난 두뇌 속 CPU나 램 메모리 사양이 딸리는 관계로 멀티 태스킹을 잘 하는 편이 아니다.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할 땐 종종 두뇌, 더 나아가 육체에 과부하가 걸리곤 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여서 책 한 권을 정독하는 쪽이 집중하기 쉽고 여러 책을 동시에 읽다간 다 읽고도 핵심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뒤져보게 된다. 하지만 한번 바뀐 습관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 놓기도 쉽지 않고 최근의 내 상황을 보면 어쩌면 이 쪽이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도 있겠다 싶어 북다트를 하나 구입했다. 근데 오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