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냐리투의 영화를 보는 것은 누군가의 황폐해진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런 경험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지난 아픔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거나 혹은 영화에서 실시간으로 그런 역경과 마주치게 된다. 영화 에서 지구상의 다른 공간에서 동시간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서로 희미한 끈으로 연결되어있다. 각기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현미경을 이용해야만 하는 의 에피소드들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출발점의 작은 행위가 거대한 폭풍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닮아있다. 모로코와 일본,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역이라는 영화 속 장소들은 각 공간간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단절되어 있지만, 인간사를 고난의 연속이라 부를만한 몇 가지 감정들을 공유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영화를 통해 하고 ..
방 안엔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여자와 먼저 일어나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에 온 아빠는 두 딸과 귀여운 실랑이를 벌인다. 한 여자가 상처를 치유하는 어느 모임에서 딸의 출생과 남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십자가가 걸린 교회에서 한 사나이가 세상에 불만 가득한 얼굴의 다른 젊은이를 교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남자가 옆 침대에서 죽어가고 있는 환자들을 쳐다본다. 그는 죽음을 상상한다. 낙태를 경험한 듯한 여인이 남편의 아이를 가지기 위해 의사와 상담 중이다. 서로 무슨 관계에 놓여있는지 알 수 없는 이 등장인물들은 영화 안에서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에 흩어져있다. 은 매우 불친절한 영화다. 이 영화는 시간의 순서를 따라 사건을 배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