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표현이 허락된다면 최호의 은 와 의 중간 어디쯤에 서있는 존재 같다. 풋풋한 설익음과 화면을 꽉 채우는 농익음이 적당히 섞여있는. 에서 음악과 밴드가 다뤄지는 일면은 에서 느꼈던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생생한 치기와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연상하게 하고, 한편 시대의 무거운 공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호흡하는 모습은 과 맞닿아있는 듯 보인다. 다만 이 당시를 바라보는 눈은 의 과중한 시선에 비하면 아이러니와 유머로 포장되어 있어 오히려 그 무게를 쉬이 가늠하기 어렵게 할 뿐이다. 로큰롤과 솔이 영화를 지배한다. 연기를 연습한 실제 뮤지션들과 악기를 연습한 직업배우들이 서로 맞추는 연주호흡은 기대이상이다. 영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클럽이 된 느낌이다. 물론 공연을 연출하는 장면에서 다소 인위적인 부분들도 ..
내 눈을 의심했다. 와 의 감독이 영혼은 물론 육체마저 정확히 일치하는 한 사람이라는 것은 사기극이다. 적어도 동명이인일 가능성 정도는 남겨줬어야 한다. 어떻게 이 두 영화가 같은 사람의 손으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인가. IMF라는 세 자 알파벳으로 한국을 수식할 수 있었던 시절의, 부산의 마약시장을 둘러싼 생존게임 은 잔인하리만치 숨막히는 밀도의 영화다. 화면은 차갑고 인물은 뜨거우며 사건은 처절하다. 도무지 쉴 틈이 없었던 에 비하면 최호 감독의 그 전작인 에서는 열 숨 정도는 돌릴만한 여유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이야기와 우연히 만난 20대 청춘이 서로에게 끌리는 스토리가 어떤 유사한 부분을 가지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소재부터 확연히 다른 두 영화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