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랑 - U-Turn (2007)
- 음악 이야기/음악 노트
- 2009. 11. 27.
나이 듦은 종종 동적인 것에서 정적인 상태로의 변화와 동일시되곤 한다.
물론 ‘성장’이나 ‘노화’의 결과가 반드시 시끄러운 것을 버리고 고요함을 택하리라는 법은 없다. 나이 들어갈수록 헤비니스의 데시벨을 올리는 주다스 프리스트 옹들이나, 조금 먼 길을 돌아 드디어 전성기 시절의 강력함을 되찾은 메탈리카 같은 밴드들을 보라. 그들의 음악에 담긴 에너지는 마치 멀어져 가는 젊음을 쉽게 놓아줄 수 없다는 투다.
그러나 김사랑의 세 번째 앨범을 수식하기 위해 한 단어를 찾는다면 ‘성장’이라는 말이 금세 떠오른다. 신선하면서도 당돌했던 전작들의 성격으로부터 궤도를 이탈해, 주변에 대한 나지막한 탐색처럼 들리는 김사랑의 3집 [U-Turn]. 이 앨범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있을까. 그가 군 생활이라는 긴 공백기를 거친 상황을 고려할 때 ‘성장’은 더욱 쓰기 편리한 어휘가 된다. 소년이 청년이 되어 돌아왔음을 알린 앨범.
군 제대 후 복귀를 알리듯 명명된 [U-Turn]은 말 그대로의 돌아옴을 의미할 수도 있고, 왜곡된 사운드를 가급적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악기 본연의 소리로 회귀하려는 그의 음악적 변화를 뜻할 수도 있다.
김사랑 U-Turn
01. U-turn
02. 괜찮아
03. 히스테리
04. 위로
05. 하루살이
06. 2등
07. Yellow Planet
08. Mad AI
09. Mud Candy
10. 비 오는 날
엄밀히 말해 [U-Turn]이 종래 없었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악기 구성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대로이고 실험적인 편곡이나 전범을 찾을 수 없는 멜로디가 삽입된 것도 아니다. 혹자는 이 앨범을 들으면서 몇몇 해외 밴드들과의 유사점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허나 가요에서 듣기 힘든 코드진행과 1집에서부터 드러났던 김사랑 특유의 멜로디라인을 들려주는 이 앨범은 묘한 중독성을 가진다. 전작들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굴레를 억지로 부숴보려는 듯 치기 어린 감성의 충돌이었다면, 3집에선 그 혼돈을 자신의 내면으로 가져와 꼭 끌어안은 느낌이다. 서툰 폭발보다는 정돈된 침잠 같은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우여곡절 많고 혈기왕성했던 시기를 잘 넘긴 청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전히 어리다고 믿지만 자신도 모르게 철이 든 그런 상태의.
세련된 코드진행과 편안한 악기구성, 그리고 치유의 가능성을 담은 편안한 멜로디가 [U-Turn]의 색깔이다. 앨범 전체를 듣고 있으면 간혹 울적해지기도 하는데, 마음껏 도취 되도 좋을 쓸쓸함이다.
몇 번을 들어도 그 제목과 같은 효과를 유지하는 ‘위로’도 좋고, 매혹적인 코드진행을 들려주는 ‘Yellow Planet’ 같은 곡도 새롭게 들린다. 마지막 트랙인 ‘비오는 날’은 [U-Turn]의 분위기에 정점을 찍듯 그 나른한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는다. 최근 발매된 EP [Behind The Melody]에서 ‘A+’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편곡된 ‘2등’이나 강조된 비트 속 우울한 분위기가 일품인 ‘Mud Candy’도 놓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