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물론 그 희망이라는 것이 그간의 아픔을 모른체해서도 안되고, 실체 없는 꿈처럼 달콤하기만 해서도 안되었다. 상업영화의 익숙해진 공식에 의해 영화에 끌려 다니는 느낌을 받기도 싫었다. 뭔가 대단한 걸 봄으로써 치유를 받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흔하지 않게 마음을 울려주는 영화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재수없도록 까다롭지만 아무튼 그런 영화가 보고 싶었다. 문득 20대 초반에 보았던 이 떠올랐다. 마침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마치 햇빛처럼 따사로운 그 엔딩만이 기억났다. 밤의 차가운 기운을 단숨에 잊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안고 가는 햇빛이었다. 절망을 모두 벗어낸 것은 아니지만 결코 멈춰서지 않으려는. 주인공..
여기는 스페인의 마요르 광장. 미국을 비롯 전세계 150개국의 각 대표들이 모여 911로 촉발된 대 테러 협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미국의 대 테러전쟁을 바라보는 현실 속 세계인의 시선을 반영하듯 이곳에서도 미국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행사를 생중계하는 미 방송국 GNN의 프로그램 책임자 렉스(시고니 위버)는 이런 현장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려는 앵커의 코멘트를 자르고 미국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촬영하는 카메라맨을 나무란다. 한편 백악관 경호실의 반즈(데니스 퀘이드)가 부상으로부터 복귀한다. 1년 전 대통령 암살기도 사건 시 대신 총알을 맞았던 그가 돌아온 사실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뉴스거리. 긴장된 그의 모습이 보인다. 행사는 계속 진행되고 드디어 미 대통령의 연설 순서가 된다. 그 순간 갑..
도시에서 할머니가 사는 시골로 전학 온 아마미야 슈헤이는 아버지처럼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자신의 진로를 일찌감치 정해버린 이 소년은 새로 알게 된 반 아이들로부터 피아노가 있는 숲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숲 속에 덩그러니 남아 보통 사람은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의문의 피아노. 그러나 슈헤이는 열리지 않는 마법의 문을 열 듯 그 피아노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그는 바로 같은 학교의 동급생인 이치노세 카이. 슈헤이처럼 정식 레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스스로 연주방법을 익힌 대단한 녀석이다. ‘피아노의 숲’은 카이에게 마치 안식처 같은 존재다. 슈헤이의 앞에서 멋지게 숲 속의 피아노를 연주해내는 카이. 두 소년은 피아노를 매개로 순식간에 친해진다. 그와 동시에 뜻하지 ..
이 밤이 지나면 그 흔적은 웬만큼 지울 수 있다 하더라도 이 비린 내음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오는 피의 바다. 죽음에 가까이 온 살덩어리들이 손잡이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인간 정육점의 풍경.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 지옥의 풍경을 마치 사이보그처럼 유연성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마호가니(비니 존스)의 굳은 몸이 지키고 서 있다. 그리고 비밀리에 유지되고 있는 그들만의 세계에 사진작가 레온(브래들리 쿠퍼)이 끼어든다. 폭로되지 않은 진실에 대한 갈망 보다 더 큰 알 수 없는 유혹이 그를 이 지하철로 끌고 와 신경쇠약 직전으로 몰고 간다. 마치 자석처럼 이끌려 지하철 승강장으로 가는 계단을 밟는 주인공. 마호가니의 무지막지한 갈고리와 망치질조차 그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 레온은 왜 점점 이곳..
핀란드의 작은 일본 음식점, 카모메 식당. 이곳에서 방금 새로 고안해 낸 오니기리를 세 사람이 맛보고 있다. 본래 이 일본식 주먹밥엔 넣지 않는 재료들인 순록고기와 청어, 가재 등을 넣어 만든 특이한 오니기리다. 가게 주인 사치에(코바야시 사토미)와 얼떨결에 식당 일을 돕게 된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 그리고 이곳의 첫 손님이자 평생 무료 고객이 된 핀란드 소년 토미가 차례대로 새 주먹밥을 집어 든다. 그러나 결과는 영. 두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토미의 얼굴에도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표정은 들지 않는다. 어색한 재료들의 만남. 손님 없는 가게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던 미도리가 제안한 이 단출한 시식회는 별 성과 없이 끝이 난다. 그날 저녁, 사치에와 미도리는 함께 합기도 동작을 하다 문득 계피롤을 만들..
* 스포일러 포함 절친한 친구들과 계곡 리프팅을 즐기는 사라(쇼나 맥도날드). 이들은 여성임에도 웬만한 남자들도 하기 힘든 레저스포츠만 골라 하는 마니아들이다. 사라는 그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그것이 비극의 바로 전 장면이었음을 알지 못한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라는 그 상실감으로 인해 1년이 지나서야 예전 친구인 베스(알렉스 레이드), 주노(나탈리 잭슨 멘도자)와 재회한다. 사라의 삶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노가 특별히 마련한 이번 모임의 목적은 미지의 동굴 탐험. 각종 안전도구를 갖춘 다음에야 맘 먹고 들어설 수 있는 비교적 고난도의 코스다. 세 친구를 비롯 도합 6명의 모험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은 채 그 암흑의 입구에 들어선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던 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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