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지로의 단편집이다. 영화 을 보고 원작을 읽고 싶어 들춰본 책이다. 책 속엔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이 첫 번째로, 의 원작인 가 두 번째 이야기로 실려 있다. 뿐 아니라 도 영화로 먼저 접했다. 한때 히로스에 료코를 참 좋아해서 그녀가 출연한 영화, 드라마 등을 보곤 했는데 도 그 리스트에 끼어 있었다. 영화 은 그러니까 아사다 지로나 다카쿠라 켄의 이름값 덕분에 본 건 아니었다. 영화를 본지가 오래되어 세밀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역사의 따뜻한 난로 곁에 앉아 흰 눈이 쌓인 철로 주변을 가만히 바라보는 듯한 포근한 분위기나, 이야기가 끝난 뒤에 전해지는 뭉클한 감정은 영화나 원작소설이나 다를 바가 없다. 영화는 소설의 장면 장면을 충실히 화면에 담으려 했던 것 같고, 아사다 지로의 문장 또한 머..
* 스포일러 포함 소년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 만난다. 성숙한 여인의 육체를 경험하고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나누다 집에 돌아와 온통 그녀의 모습으로 가득한 꿈을 꾼다. 그것은 불과 15년을 살아왔을 뿐인 그에게 마치 거대한 우주의 시작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이 낯선 감정의 정체는 뭘까. 20년의 나이 차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소년은 그녀를 사랑했다. 의 처음 부분, 그러니까 미하엘과 한나가 서로 알게 된 후 사랑을 나누고 책을 읽고 하는 만남을 큰 장애물 없이 계속해 나갈 때, 나는 이 이야기가 금기를 깨는 사랑을 다루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어머니와 아들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여행을 하다 머무는 숙소에서 그..
시체가 발견된다. 옷은 벗겨져있고 지문은 모두 지워진 상태. 얼굴도 신원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망가져있다. 그러나 단서는 남아있는 법. 피해자가 사용한 듯한 자전거에서 지문이 발견된다. 자전거는 도난 된 것으로 판명되고 근처엔 소각되다 만 피해자의 옷가지가 있다. 갑자기 사라진 투숙객을 의심스럽게 여긴 어느 여관주인이 신고를 해와 경찰은 지문을 대조해본다. 일치한다. 피해자의 이름과 직업, 과거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제 밝혀진 단서들을 조합해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 죽은 이와 관련 있던 사람들을 검색하고 살해동기가 있을 법한 인물들을 추려낸다. 범인은 언젠가 밝혀지고야 말 것이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은 마치 콜롬보 형사의 수사일지에서처럼 독자에게 범인을 미리 알려주며 시작한다. 이 추리소..
이번에야 비로소 스티븐 킹의 책을 제대로 읽은 셈이지만, 를 읽는 내내 마치 그만의 세계를 미리 체험해본 듯한 묘한 기시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아니 확실히 스티븐 킹의 여타 작품들을 이미 숱한 영상매체를 통해 먼저 맛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각색이 원작을 그대로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믿음 아래, 몇 편의 영화를 본 것만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음산하고 축축한 특유의 촉감만은 원본과 복제 모두 공유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책을 읽고 관련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좀 해보니, 내가 느낀 것은 기시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에 수록된 스티븐 킹의 단편 중 몇 편은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벌써 영화로 감상한 작품들이다. 유년의 기억 어디쯤, 어느..
공교롭게도 근 두 달 사이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엔 글쓰기를 다룬 책이 세 권이나 된다. , , 가 그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구입해 여전히 책장에서 읽을 이를 기다리고 있는 몇 권(국어 맞춤법을 다룬 책과 여타 실용적인 목적의 글쓰기 책 등)을 더한다면 마치 내가 글쓰기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한 명의 착실한 학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글쓰기를 위한 조언은 앞에 언급한 세 권의 책으로 충분히 얻었다고 믿는다. 세 권의 책이 각기 다른 글쓰기 분야를 다루는 점에서도 그렇고 취미생활의 일환으로서의 글쓰기라면 이 정도 선에서 도움말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기에 더해 스티븐 킹의 까지 읽은 것은 언제나 그렇듯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닌 내 머리 속 어느 곳이 부추긴 충동의..
요사이 대형 할인마트의 식품코너에 가보면 그럴듯한 문구나 수식어로 포장된 제품들이 눈에 자주 띈다. 이를테면 특정 영양성분을 더한 음료수,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지 않았다는 과자, 염분만 줄이고 맛은 그대로라는 가공식품 등, 이런 제품들은 지금의 소비자들이 먹을 거리를 고를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각종 암, 심장질환, 비만과 당뇨 등 20세기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는 이러한 질병으로 현대인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진열되어 있는 식품들의 포장지에서 ‘건강’을 상징하는 문구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해도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건강을 고려하는 식품들이 그리 많고 또 그것이 모두 소비자의 수요로 인해 만들어진 것인데도 왜 이른바 ‘현대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