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논리학 - 김용규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나는 논리적인 글에 굉장히 약하다. 이건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하나는 내가 논리적인 글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약함’이고, 다른 하나는 나 스스로 논리적인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뜻에서의 ‘약함’이다. 논리적인 글과 말은 굉장히 매혹적이다. 왜냐하면 그런 글일수록 반박할 틈을 찾기 힘들며, 따라서 거기에 대해 내가 무언가를 덧붙일 때마다 내 논리적 체계의 바닥과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간은 매저키스트같은 이 성향은 불가항력적인 힘(혹은 대상)과 맞부딪혔을 때 느끼는 일종의 ‘숭고’의 감정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나와 반대되는 견해가 매우 논리적으로 쓰였을 때, 내가 그것을 비판하는 방법은 정념적인 것이 될 수밖에 ..
환상의 책 -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열린책들 죽음과 삶, 끝과 시작, 그리고 생의 완결 고통의 터널을 지나오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흔히들 시간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영혼의 상처를 극복하는 일은 어쩌면 마음 안 쪽 지하실 구석 어디쯤에 그 아픔을 숨겨두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그것은 슬픔이 눈앞에 바로 펼쳐질 듯 생생한 위치로부터 한 계단 한 계단 물러서듯 아래로 옮겨지고 있으나, 마치 영원히 폐기할 수는 없는,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더라도 맘 속 지하실 구석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는 그런 의미일 것이다. 다시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그 아픔은 자신의 존재를 이 세상 속에서 지우지 않는 한 언제나 그 계단들을 거슬러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그 동기가 무엇이 될지, 또..
아침형 인간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아침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야간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바뀐 현대인의 생활모습을 주로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연과 육체의 섭리와 리듬대로 생활하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좋다라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위해, 갖가지 과학적 혹은 의학적 논리와, 주로 저자의 치료활동에서 나타난 실례들을 보여준다. 2장,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에서는 1장에서 주장했던 야행성 생활의 폐해를 바탕으로 아침을 되찾는 것이 인생의 성패를 가늠하기에 중요한 기본이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마찬가지로 저자 주변의 실례를 주로 들면서 '아침형 인간'은 건강뿐 아니라 성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
진중권의 글은 대단히 명료하다. 그는 애매한 표현법, 불필요한 미사여구 등을 사용해, 독자의 판단력을 순간적으로 흐려놓아 (사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독자자신의 무지를 탓하게 하거나, 내용이 아닌 다른 요소들로 저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놓지 않는다. 진중권의 책은 그것을 읽는 이에게 글쓴이가 전하고 싶은 내용만 오롯이 전달해준다. 다만 그의 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덧붙여지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유머다.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표현과 촌철살인의 유머로 똘똘 뭉쳐진 진중권의 글쓰기는 정말이지 유혹적이다. 그것은 쉽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의 책들은 주제와 소재 면에서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한 쪽은 그의 전공을 살려 쓴 미학 관련 책들, 다른 한 쪽은 정치, 경제, 문화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