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말이 별로 없는 나에게 대화란 하나의 일과 같다. 누군가를 마주 본 채 그 사람의 생각과 나의 의견을 교환하는 이 행위는 적잖은 주의력을 필요로 한다. 아마도 원체 부족한 말솜씨에다가 말실수에 대한 지나친 조심이 이 정력소모의 주요인일 것이다. 대화는 결국 사람간의 소통이다. 나처럼 힘 들이며 말을 나누든, 쉽게 단어들을 쏟아내든 간에 어쨌든 이 행위가 이뤄지는 순간만은 혼자이기 위한 시간이 아닌 것이다. 대화중인 당사자들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데 힘쓰느냐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데에 더 집중하느냐는 양 갈래의 길에 놓인다. 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우선 들으라고 조언한다. 잘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각자의 주장만을 쏟아놓고 서로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소통이라 부를 수 없다. ..
집 근처의 스타벅스에 종종 가는 편이다. 조그만 매장이라 그런지 내가 가는 시간대엔 사람도 별로 없어, 커피나 차 한잔 사서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에 참 좋다. 물론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이 프랜차이즈 카페를 집과는 또 다른 편안한 휴식공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과거의 커피숍처럼 굳이 누군가와 함께 와서 담소를 나눠야 어울릴만한 장소가 아니라, 혼자 오더라도 담배냄새 하나 배어있지 않은 깔끔한 좌석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좋은 곳이 지금의 스타벅스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일 것이다. 문제는 커피의 가격인데, 확실히 스타벅스의 커피값은 가볍지 않다. 이 책 의 표지에도 적혀있듯 그것을 ‘점심 값보다 비싼 커피 한 ..
하마터면 목에서 피를 볼 것만 같은 두려움에 아침마다 면도날을 사용하기가 망설여진다. 벌써 수년째 해오던 일인데다 지금껏 그런 불상사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요즘은 자꾸 불길한 상상이 든다. 그것뿐인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왜 하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해서야 현관문을 잠갔는지 아닌지 헛갈리는 걸까. 열쇠를 든 모습은 기억나지만 문을 잠그는 순간만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조개 껍질 속 조갯살 빼먹듯 누군가가 내 기억의 그 부분만 쏙 빼먹은 느낌이다. 밤이면 불편한 증세가 하나 더 튀어나온다. 눈을 감으면 곧바로 꿈나라로 가야 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잠에 빠져들기 직전에 어떤 형상이 기괴한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을 상상하게 된다. 주위가 고요하면 이런 증세는 더욱 심해지는데, 그래서 자기 전..
우선 이 한 명의 독자가 주인공 바리의 고단한 인생을 이해하고 그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관적인 대답. 땅을 마주하고도 우리네 일상의 무관심에 너무 쉬이 묻혀버리는, 저 가깝고도 먼 지역에서 태어난 이 소녀의 비극적인 인생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겁다. 우리가 쉽게 부르짖는 삶의 고난과 불행은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 견주어본다면 어쩌면 한낮 사치스런 자기연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가족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 그리고 이후 그녀를 감싸는 온갖 불행의 씨앗들. 바리를 짓누르는 거대한 슬픔은 풀린 실타래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는 단지 상상 속에만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생한 현실 인식 안에서 태어난 이 소녀의 이야기는 지금도 가까운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실상과 ..
자기계발 관련 서적들은 대개 인간의 자기암시를 다룬다. 우리가 삶을 꾸려가는 순간순간 강한 암시를 통해 결국 긍정적인 마인드로의 복귀를 촉구하는 것이다. 다만 각 책들은 그 주제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어떤 어휘와 소재가 첨가되는가가 다를 뿐이다. 최근 수 년 동안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빼곡히 자리잡은 이 비슷비슷한 책들은 하나의 주제를 누가 더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는지를 경쟁한다. 도 그 중 하나로서 역시 자기암시를 도구로 삼아 독자로 하여금 인생의 순로를 찾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는 성공적인 사업가로 살고 있는 주인공 존이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에게 도움이 될만한 강의를 찾아 다닌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1분 멘토’라 불리며 학생들이 스스로..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바늘방석에 앉아, 뉴스를 통해서가 아니라면 결코 들어보지 못했을 저 수많은 나라들의 정치와 경제, 전쟁에 간섭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크십니까. 자국 내에서도 사격이나 무기에 관심도 없는 선량한 사람들이 총에 맞아 돌아가시는 일들이 많은 판국에 스스로 나서서 전 세계의 경찰 노릇을 자처하시는 점. 더구나 그 넓은 오지랖을 펼쳐 타국 국민들의 안전을 걱정해 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게 다 세계의 균형을 임의로 재편하기 위한 경제적, 정치적 압력과 검은 기름을 둘러싸고 벌이는 일이라는 소리도 들리지만 믿고 싶지 않습니다. 높고 고귀하신 큰 나라의 의도를 이토록 폄훼하다니요, 아마도 저 목소리들 뒤에는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아, 근데 이 친구는 또 누구입니까. 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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