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블로그 카테고리 제목으로 ‘영화리뷰’, ‘책리뷰’ 등을 사용한 적이 있다. 한동안 블로그를 방치해두고 다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카테고리 제목을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등으로 바꾼 것이다. 그건 ‘리뷰’라는 단어가 주는 다소 딱딱한 느낌 때문이었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잡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자유로워 보였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는 곧 블로그를 부담 없이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이 행위가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한 직업이 아닐 바에야 부담은 곧 흥미의 반감을 가져올 테고 블로그의 지속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쓰는 글이 좋을 리 없고 또 솔직할 리 없다. 카테고리 명칭의 변경은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의 첫 단계였다. 그것이 바뀐다고 그 내용 자체가 변할 리..
우주만큼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적당한 공간은 없다. 그곳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아직 체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앞으로도 결코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공간이다. 사람들은 낯선 것으로부터 불안을 느낀다. 또 아직 알지 못하는 대상으로부터 두근거리는 흥분을 얻기도 한다. 우주는 바로 그런 대상이다.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그런 공간. 그것은 긴장을 유발하고 보는 이를 집중하게 한다. 은 이 특정 공간이 불러 일으키는 공포를 다룬다. 우주 저 너머에 지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또 그 지옥을 경험한 우주선이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가 된다는 설정이 의 시작이다. 은 과 , 과 등의 영화를 통해 게임과 영화의 경계선을 지우는데 몰두해 온 감독, 폴 W.S. 앤더슨의 1997년 작품이다. 그의 필모..
앨범 몇 장을 샀다. 몇 장을 한꺼번에 구입한 건 오랜만이다. 발매되는 신보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선 음반 선택이 꽤 즉흥적이다. 온라인음반판매사이트를 마주한 채 마우스커서가 오가는 데로 선택한다. 물론 요즘처럼 미리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는 환경 하에선 나도 먼저 검색을 통해 대상이 과연 살 만한 앨범인지 판단을 내리고는 한다. 이런 과정이 한편으론 음반의 깊이 있는 감상을 미리 차단하는 측면도 있다. 첫 귀에 반하는 음반도 있고 여러 번 들었을 때 그 깊은 매력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이것이 다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위해서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렇게 구입한 음반은 모두 네 장.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의 [A Hundr..
오래간만에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했다. 한동안 주로 집에서 떠돌던 책을 읽거나 가까운 서점을 이용해 오다가 알라딘에 쌓여있는 마일리지도 쓸 겸 몇 권을 구입했다.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할 땐 마일리지 500포인트를 더 얹어주는 편의점택배서비스를 이용한다. 좀 재미있는 것이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할 땐 500원이 아무것도 아닌데 꼭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사면 어느 쪽이 좀 더 혜택이 많은지 꼼꼼하게 계산해본다. 어쨌든 마일리지도 더 받을 수 있고 집 근처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어 불편함도 없다. 경비실에서 찾아오는 것보다 마음이 편한 감도 있고. 매번 책을 구입할 때마다 늘 그렇듯 책 선택이 쉽지 않다. 책 읽는 속도가 결코 빠르지 않아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다. 한마디로 주어진 시간에..
우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자연의 부산물들을 섭취한다. 잘 재배한 곡식, 과일은 물론, 죽인 후 익힌 동물의 육체에서부터 아직 숨이 붙어 팔딱거리는 물고기까지,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음식’의 종류는 세계 각지의 기후와 풍습에 따라 천차만별, 수만 가지다. 재미있는 점은 오로지 본능에 지배당하는 동물과 달리 뇌를 다른 방면으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챈 인류가 음식에 맛이나 생존의 목적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음식과 그것을 이루는 재료의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진다. 스튜어트 리 앨런의 는 그것을 다룬다.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라는 책의 부제가 알려주듯, 저자는 인간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금기시해온 음식들의 사례를..
영화를 보고 있자니 이 이야기를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영화는 마이클 크라이튼이 1976년에 쓴 소설 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작품. 내가 영화에서 느꼈던 기시감은 알고보니 그 소설이 원인이었다. 은 다름아닌 고대서사시 ‘베오울프(Beowulf)’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고, 내가 최근(?)에 봤던 로버트 저메키스의 또한 이 이야기를 토대로 완성된 영화다. 작자미상의 이 영웅 이야기를 각색한(의 경우 몇 가지 설정을 빌려온>) 와 사이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과정이 아니다. 일단 이야기의 모티브가 매우 닮아있다. 에서 아메드(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만나는 바이킹 전사들은 어느 날 찾아온 소년 전령에 의해 로쓰가르 왕이 통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