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와 더불어 2009년 최대 기대작이었다. 대중적 인지도와 비평적 성취를 동시에 이룬 이 두 감독의 신작은 언제나 팬들을 설레게 한다. 여행 전의 두근거림이 집에 돌아온 후의 피곤함에 늘 앞서 있듯이, 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품었던 기대감 자체가 이미 하나의 즐거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두 감독이 아직 만들어 내지 않은 그들 생애 최고의 걸작을 고대하는 것은 영화 팬들의 기쁨이다. 일찌감치 재야의 종소리와 함께 2009년을 떠나 보낸 지금, 개인적으로 가 아쉬웠다면 는 그와 정반대의 인상을 준 영화다. 스스로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때 느끼는 안도와 환희. 영화 는 을 되새김질 하게 만든다. 도심을 벗어난 변두리를 배경으로 탄탄한 이야기 안에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가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 감독 ..
아이도 없이 부인마저 먼저 보낸 쓸쓸한 노인 칼(애드워드 애스너)에게 삶의 낙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에게 남아있는 것이라곤 이주협상에 응하지 않은 결과로 재개발지역 한 가운데 마치 낯선 혹처럼 뚝 서있는 자그마한 집 하나. 하지만 이 볼품없는 집은 아내 엘리와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담겨있는, 그에겐 가장 소중한 공간이다. 그 무엇보다 스스로의 이권을 먼저 챙기려는 이들의 머리 속에 이 고집 세고 무뚝뚝한 노인을 향한 자비 따윈 없다. 칼은 그들에게 있어 눈엣가시 같은 존재. 결국 집을 떠나야만 할 위기에 처한 칼은 기막힌 도전을 한다. 아내와 함께 늘 가보길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미지의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집을 띄우는 것. 수많은 헬륨 풍선을 달고 집이 통째로 띄워지..
에 대한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에 비하면 은 개봉 후 찬밥 신세나 다름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주위에선 짧은 평들을 대신해 욕설이 흘러나왔다. 분명 그들은 의 속편을 기대했으리라. 반면, 함께 영화를 봤던 친구와 나는 말 없이 극장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충격이었다. 속으론 아마 둘 다 이렇게 외치고 있었을 것이다. 이건 ‘작품’이야! 은 결코 선혈 낭자한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마치 한 장의 끔찍한 스냅사진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불쾌하게 옭아매는 영화다. 박찬욱의 절제된 연출 덕분에 모순투성이의 인간사가 오히려 더욱 적나라하게 보는 이를 파고든다. 선한 자와 악한 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모두 폭력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가 되고 마는 이 세계.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시리즈 영화를 보다 보면 간혹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발견할 때가 있다. 멀리는 이, 가깝게는 가 떠오른다. 물론 흥행수치만으로 그 영화적 가치를 판가름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고, 한 작품에 대한 개개인의 감상은 그 개개인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니 이 또한 쉽게 단정짓기 어려운 문제다. 단지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던 작품에 함몰되지 않고 그 나름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획득했다는 것이, 이 영화들을 성공적인 속편이라 칭할 때 가장 그럴듯한 부연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하 ) 역시 그런 영화였다. 1편 가 관객에게 숨막히는 스릴을 선사함과 동시에 마치 공포영화처럼 처절한 탈출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면, 는 놀라운 시각효과를 동반한 폭발적인 액션을 바탕으로 간간이 유머를 배치하거나 끈적한 버디무비 같은 ‘쿨’..
1편에서 덩치만 크고 머리 쓸 줄 모르는 멍청한 캐릭터로 전락했던 세이버투스(리브 슈라이버)가 울버린(휴 잭맨)과 애증이 섞인 라이벌이 되어 돌아왔다. 영화는 시리즈 2편에 등장했던 스트라이커 대령을 극의 대척점에 놓고 또 하나의 인기 캐릭터 사이클롭스마저 간간이 등장시키며 자신이 이전 시리즈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온 완전히 새로운 얘기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이내 영화는 인간의 육체와 CGI가 충돌하는 격전의 무대가 된다.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손등뼈는 기존 시리즈에서의 그것에 비해 더욱 크고 빛나며 단단해 보인다. 개빈 후드는 이 성공적인 시리즈의 외전을 쉬지 않고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해내는 짐승들의 근육질 액션 판타지로 그려냈다. 영화는 다른 무엇보다 크고, 빠르고, 강한 남성들의 액션을 포착하는 데 주력..
* 스포일러 포함 가까운 미래. 달에서 홀로 지구로 전송할 에너지원을 채취하는 샘(샘 록웰)은 3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2주만 견디면 아름다운 아내와 보석 같은 딸아이가 그를 기다리는 그리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기지 안의 살림꾼 로봇 거티(케빈 스페이시)와의 건조한 대화도 이젠 끝이다. 이제 진짜 인간이 살아있는 지구로 가는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에너지 채석 기계 점검을 위해 기지 밖으로 나간 샘은 어둠 속에서 환상을 본다. 순간 채석 기계와 충돌, 정신을 잃는다. 기지 안에서 깨어나는 샘. 누군가에 의해 구조된 것일까? 정신을 차린 샘은 고장 났다던 실시간 영상통화를 통해 본부와 연락하는 거티를 발견한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움직임마저 통제된 그는 드디어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