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를 향한 록매니아들의 지나친 경계심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취향의 차이 때문이라고 쉽게 얘기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만은 아닌 듯하다. 수많은 소녀들(이제는 숙녀들이라고 해야 하나)로 이루어진 팬덤이나 언제나 소년 같은 그 목소리와 외모, 그리고 매 앨범 다른 색깔을 입히는 그 장르적 다양성 등, 서태지는 이른바 마초의 전유물로 상징되는, 그래서 마초를 동경하는 소년들의 한결 같은 우상이 되어온 여타 록밴드들과는 그 풍기는 냄새나 음악의 구성성분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기타가 내뿜는 굉음과 심장을 두드리는 베이스드럼이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이 음악장르씬에서 스타일 넘치고 예쁘장한(!) 서태지의 음악과 외모가 그들의 심기를 묘하게 건드렸다고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서태지는 록을 연주하는 아이돌이다..
나이 듦은 종종 동적인 것에서 정적인 상태로의 변화와 동일시되곤 한다. 물론 ‘성장’이나 ‘노화’의 결과가 반드시 시끄러운 것을 버리고 고요함을 택하리라는 법은 없다. 나이 들어갈수록 헤비니스의 데시벨을 올리는 주다스 프리스트 옹들이나, 조금 먼 길을 돌아 드디어 전성기 시절의 강력함을 되찾은 메탈리카 같은 밴드들을 보라. 그들의 음악에 담긴 에너지는 마치 멀어져 가는 젊음을 쉽게 놓아줄 수 없다는 투다. 그러나 김사랑의 세 번째 앨범을 수식하기 위해 한 단어를 찾는다면 ‘성장’이라는 말이 금세 떠오른다. 신선하면서도 당돌했던 전작들의 성격으로부터 궤도를 이탈해, 주변에 대한 나지막한 탐색처럼 들리는 김사랑의 3집 [U-Turn]. 이 앨범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있을까. 그가 군 생활이라는 ..
공개 오디션이나 특정 콘테스트를 통해 등장한 뮤지션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소위 예술이라는, 무엇보다 창의성이나 자유로움을 그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영역에서 객관적이거나 기술적인 잣대를 두고 참가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행위가 어색할 뿐 아니라, 그 과정이 독창성을 담보로 하는 아티스트를 찾아내는 것이 아닌, 마치 대중에 먹힐 것만 같은 그럴듯한 상품을 골라내는 행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경로야 어떻든 그것은 해당 아티스트에게 주어진 기회의 한가지 방편이었을 뿐, 나 같은 일개 청자가 애써 꼿꼿한 태도로 볼 필요는 없는 거라고 설득 하는 듯한 뮤지션을 만날 때가 있다. 그리고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그 무언의 설득이 틀린 말은 아니다. 정작 귀를 매혹시키는 것은 아티스트가 만들고..
G3와 D2를 함께 써온 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다. G3는 정말 오래 사용해 왔는데 아직도 운동할 때는 꼭 옆에 두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녀석이다. D2는 좀 무거워서 트레이닝 복 주머니에 넣고 달리기엔 약간 무리가 따른다. 뭐, 그렇다고 D2가 무게가 심하게 나가는 녀석이란 얘긴 아니지만, 몸무게를 문제 삼지 않더라도 운동시간과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D2는 음악만을 위한 기기가 아니어서 전원을 켜고 지난번에 듣던 음악으로 진입하기까지 적어도 두 번의 터치가 필요하다. 메뉴에서 ‘음악’ 아이콘을 고르고 음원을 직접 재생시켜야 한다. 설정에서 ‘재시작’을 해놓더라도 ‘자동시작’ 옵션이 없기 때문에 이를 단축시킬 방법은 없다. 더구나 터치방식만을 사용하는 녀석이라 한 손으로 조작하기에도 좀 ..
지금이야 mp3 파일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각종 웹사이트들이 다양한 음악소식을 전하고 있어 관심있는 음악정보를 만나기가 직간접적으로 수월해졌다.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된 밴드의 음악을 미리 들어보거나 그들의 홈페이지에 들러 바이오그래피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목록을 하나 둘 늘려가는 것이다. 음악에 조금 깊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는 9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한다. 그전에는 차트에서 활약하는 몇몇 가요와 팝만을 들어왔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음악 듣는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불현듯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뇌리에 파고들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전이 그저 주어진 음악을 받아먹었던 때라면 그 이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 듣기 시작했을 뿐이..
어느 순간부터 과도한 디스토션 기타사운드가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차라리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줄어들었음을 인정하는 편이 낫겠다. CD를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앨범을 줄곧 들으며 다니는 것도 어린 시절에 비해서 확실히 드문 일이 되었으니까. 메틀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다름이 아니라 그것이 내 주된 감상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앨범이 나오는 족족 레코드가게로 찾아가 마주했던 드림 씨어터, 메탈리카, 메가데스 같은 이름이 내 입에서 오르내린 지도 오랜 일 같다. 뭐, 취향은 언제나 돌고 도는 것이니까 언젠가 또 그때의 한 시점으로 회귀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음악에 한해서라면 좀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한 장의 앨범을 만났다. 90년대 중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