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인 『판타스틱 4』(2005)의 전 세계적인 성공은, 이제 잘 만든 특수효과 하나로도 영화 제작자들이 배불리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적어도 거대한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에 한해서,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나 촘촘히 짜인 플롯의 흡입력 같은 전통적인 영화의 매력들은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판타스틱 4』의 미국 내에서의 성공은 아마도 원작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추리해 낼 수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가 넘는 높은 흥행성적은 원작만화의 매력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헐리웃의 자랑인 특수효과와 세계적인 미녀 아이콘 제시카 알바가 유일한 장점이었음에도 『판타스틱 4』는 일정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전작의 성공을 발판으로 네 명의 ‘판타스틱’한 영웅들은 ..
1969년 7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발레이오(Vallejo)의 블루 락 스프링스 골프코스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이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는다. 이 사건으로 여자는 죽고 남자는 살아남는다. 같은 해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범인으로 보이는 자의 편지가 도착한다. 편집장에게 직접 전달할 것을 요구한 편지의 작성자는 앞선 사건의 범인이 바로 자신이며, 자신이 누군지는 함께 동봉한 암호문에 나와 있다는 내용을 편지에 담았다. 의문의 편지에는 사건에 대해 범인과 경찰만이 알 수 있는 자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범인이 보내온 암호문에 관심을 갖게 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Robert Graysmith: Jake Gyllenhaal)는 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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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영화내용이 섞여있을지도 몰라. 주의해서 봐줘.” “아마 그때쯤이었을꺼야. 우리 가족은 테니스를 치고 있었거든. 나는 엄마랑 편을 먹고, 형은 아빠랑 한편이 됐어. 근데 두 사람이 엄마의 약점인 백핸드쪽으로 자꾸 샷을 때리더라구. 엄마는 당연히 못 받았고,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어. 아빠가 뭔가 달래주려고 했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아. 아무래도 부모님 사이가 뭔가 이상해... 확실히 이상해졌어.” “아, 내가 누구냐구? 나는 프랭크, 프랭크 버크만이야. 우리 아빠는 버나드 버크만, 엄마는 조운 버크만, 그리고 월트라는 형이 있어. 아빠 엄마는 모두 글을 쓰시는데, 아빠는 요즘 잘 안되나봐. 그냥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계셔. 반대로 엄마는 잡지사에서 연락도 오고 곧 소설도 발표 할 꺼래...
디지털 시대의 영웅들은 모두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인류를 구원하고자 한 네오는 물론이고, 손목에서 뿜어낸 거미줄로 도시의 미화원들을 힘들게 하는 스파이더맨,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면 갈고리가 주먹을 뚫고 나오는 울버린까지, 이제는 뭔가 신기한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그럴듯한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말하자면 지금의 헐리웃 액션 영화는 이런 초능력자들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그런데 오랜 세월 칩거하고 있다가, 그런 시대의 흐름을 못 참고 등장한 사람이 여기 있다. 절대 죽지 않는, 아니 죽는 것 빼고는 다 잘하는 남자 존 맥클레인(John McClane: Bruce Willis)이 돌아온 것이다! 네오가 100명의 스미스와 장렬하게 싸우고 있을 ..
지브리의 2006년작 『게드전기』는 어슐러 르 귄(Ursula K. Le Guin)의 ‘어스시(Earthsea)’ 연작 중 3권 “머나먼 바닷가”와 4권 “테하누”의 내용을 서로 연결해 각색한 작품이다. 지브리 미술관의 관장으로 재직하다 『게드전기』로 애니메이션계에 데뷔하는 감독 미야자키 고로(宮崎吾朗)는 그의 아버지이자 지브리의 얼굴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의 영감의 원천이었던 ‘어스시’의 세계를 마침내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에 짙게 드리워진 어슐러 르 귄의 영향은, 영화평론가 이상용이『게드전기』의 개봉에 맞춰 필름2.0에 기고한 “지브리 시간 속 용의 전설: 『게드전기』와 미야자키, 어슐러 르 귄의 세계”(2006년 8월 8일자 필름2.0)라는 특집기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