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장소들만 찾아가 그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 마이크 엔슬린(Mike Enslin: John Cusack)은 사실 영혼의 존재에 회의적인 사람이다. 그가 생각하는 귀신이란 손님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된 호텔이, 왕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꺼내든 마지막 홍보수단에 불과하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소설가였던 그 자신에게도 귀신의 장소는 생계를 이어주는 글 소재 이상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 한통의 엽서가 도착한다. 뉴욕에 위치한 돌핀 호텔의 1408호에 묵지 말라는 내용의 엽서. 엔슬린은 돌핀 호텔 1408호에 관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며 점차 그 장소에 흥미를 느낀다. 각각의 수를 합치면 불길한 숫자 13이 되는 1408호는 그에게 글을 쓸 좋은 소재거..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기 개에 얽힌 두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이렇다. 1957년 남극에 파견된 11명의 일본 탐험대와 25마리의 썰매개는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남극탐사작업을 그만두고 기지를 철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15마리의 썰매개가 돌아가지 못하고 남극에 남겨지는데, 그로부터 2년 후인 59년 1월, 탐사작업을 재개하기위해 남극에 돌아온 일본의 탐험대는 15마리의 개중 2마리가 생존해 있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미국과학재단(NSF)의 남극탐사기지에 도착한 지질학자 맥클라렌(McClaren: Bruce Greenwood)은 화성의 유성을 찾기 위해 탐사가이드 셰퍼드(Shepard: Paul Walker)와 여덟 마리 썰매개..
재밌는 현상이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디 워D-War"를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는 외침이 들리는 반대쪽에는, 보지도 않고 ”디 워“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한 감독의 피나는 ‘노력(또는 고생)’과 그 ‘영화의 완성도’는 정작 별개의 문제다. 높은 ‘영화의 완성도’는 ‘노력’없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고생만 한다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작인 ”용가리“에 쏟아진 각종 비판과 비난들이 부당하다며 절치부심하여 만든 ”디 워“는 과연 감독인 심형래의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물일까. 이래저래 떠도는 말보다 이무기의 실체를 직접 보는 편이 후련할 듯 했다. 그래서 극장을 찾았다. 심형래의 프로필이 박힌 제작사의 로고가 지나면, 한글과 용의 형상, 그리고 우리의 민화들이 어우러진 오프닝 ..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프닝 비디오도 없던 시절, 명절마다 TV에서 방영해주는 두 편의 영화는 내 유년시절을 고스란히 지배했다. 이 두 편의 영화모두 유명한 시리즈물이었는데 첫 번째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두 번째 영화는 리처드 도너의 “수퍼맨”이었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광선검은 당시 모든 아이들의 선망의 아이템이었으나 현실에서 재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야광물질로 만든 조악한 장난감이 있었지만 영화에서 보기와는 너무 딴판인 그 몰골(?) 때문에 그다지 큰 관심은 끌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에 수퍼맨이 두르고 나온 빨간 망토는 집안을 조금만 뒤져보면 나오는 붉은 보자기로 웬만큼 재현이 가능했다. 보자기를 두르고 마치 수퍼맨이 된 양 집안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던 기억이 아직..
헐리웃이 만들어내는 영화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비단 큰 제작비를 들여 완성한 현란한 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언론에 노출된 큰 영화들만이 헐리웃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헐리웃을 강화하는 것은 주류영화 밑에 잠재된 좋은 아이디어의 작은 영화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큰 영화들이 아이디어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작은 영화들에서 출발한 능력있는 인력들이 뛰어난 아이디어로 그 빈 공간을 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헐리웃의 최근 경향은 이런 작은 영화들에도 유명한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인데 바로 “11:14”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이미 실력있는 배우로 자리잡은 힐러리 스웽크Hilary Swank가 직접 출연도 하고 제작자로도 참여한 영화 “11:14”는 5가지의 이야기를..
우리는 폭력과 위선으로 점철된 마피아의 세계를 영화 “대부”를 통해 간접경험 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서는 서로의 뒤통수를 겨눌 총구를 등 뒤에 숨긴 채 친구의 모습을 가장하던 이들이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웃는 얼굴로 서로를 견제하며 수면 밑에 도사리고 있는 음모를 파악해야만 우리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 아버지 비토 꼴레오네로부터 ‘대부’의 자리를 물려받은 마이클이 사탄을 멀리한다는 다짐을 신에게 맹세할 때 다른 한 쪽에서는 주요 보스들의 숙청작업이 진행된다. 그 순간 신성한 성당은 거짓을 맹세하는 위선의 현장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가장 가까운 내부의 인물조차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는 그들에게 폭력이란 권력을 보장해주는 담보와 같다. 72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