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거장’이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많은 대중의 인기와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이 ‘거장’이라는 단어로 탈바꿈해 해당 아티스트를 수식할 때엔, 왠지 모를 강압을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다수의 의견이 뭉쳐 혹시 있을지 모를 소수의 반대를 암묵적으로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쯤 생각해 보게 된다. 예를 들어 Toto와 같은 밴드를 ‘별로’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다. 단지 Toto의 지나치게 매끈한 팝음악이 조금 거슬렸을 뿐이랄까. 분명 비르투오소 집단임이 틀림없는 이 괴물들이 내놓는 음악들은 너무나 절제되고 너무나 감미로워서 혹시 '금욕의 계'라도 결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참아도 정도..
는 영화 속 요괴들만큼이나 뭔가 요상한 영화다. 원작자의 거대한 이름값으로 볼 때, 이 영화는 분명 제작비가 액수 그대로 화면에 구체화되는 실감나는 프로젝트가 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는 어딘가 빈 구석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조악한 CG는 둘째 치고라도 TV판 (혹은 아주 먼 옛날의 )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괴수(요괴)의 코스튬은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작품의 방향자체가 애초에 수용자의 기대와 달랐던 것이 아닌가 한다. 사뭇 심각해질 수 있는 영화의 설정을 밝게 이끌고자 했던 도로로(시바사키 코우)의 캐릭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영화 는 절반의 어설픔을 아예 코미디로 대체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주인공 햐키마루(츠마부키 사토시)가 요괴퇴치 퍼레이드를 선보이는 영화의 ..
피트니스센터를 들락날락하다보면 초기엔 운동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것에 눈길이 덜 가게 되지만, 운동도 익숙해지고 웬만큼 여유가 생기면 점차 여러 가지 것들이 보인다. 개중엔 운동에 아주 몰입하여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많고, 친구들끼리 몰려와 덤벨만 몇 번 들었다 놨다 하며 수다나 떨다 가는 친구들도 있다. 혹은 10분 운동에 50분 사우나를 반복하는 회원들도 있고, 운동은 뒷전이고 트레이너 선생님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는 분들도 있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피트니스센터도 사람구경하는 재미가 있다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렇게 주변을 보다보면 꼭 안타까운 부분들도 보게 된다. 헬스클럽은 결국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서로 지킬 것은 지켜주는 센스가 필요한데, 가끔은 ..
문학 그 자체가 아니라 문학작품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은 언뜻 유쾌하지 않은 일 같기도 하다. 그것은 그 대상으로부터 독자가 받을 수많은 감상 중 몇 가지를 미리 정해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한 감상은 온전히 수용하는 자의 몫이 된다. 문학작품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감상의 수, 즉 그 ‘경우의 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수 만큼이다. 우리 개개인은 얼마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지니고 있는가. 작품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결국 개개인의 고유한 감정과 경험에 바탕을 둔다. 고로 작품의 해설서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의 수많은 가능성을 미리 가지치기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떨지. 앞의 문제가 결국 ‘미리 말해진 것의 권위’를 앞서 인정하기에 발생하는 것이라..
YouTube 에서 Bonnie Raitt의 ‘I Can't Make You Love Me’ 영상을 찾다가 다른 사람들이 부른 것까지 다(는 아니고 꽤 많이) 보게 됐다. 근데 이게 양이 장난이 아니다. 이 노래 왜 이렇게 인기 있는 거야?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보컬들도 엄청났게 불러댔고, 기성 아티스트들은 물론 수많은 아마추어 뮤지션들도 끝없이 커버한다. 역시 미국은 컨트리인가... 그중에서 영상 몇 개만 슬쩍 담아와 봤다. 처음부터 Bonnie Raitt 버전으로 완결지어 버리면 갈수록 감동이 줄어들 것 같아 일단 인상 깊은 아마추어로 시작. * Source 유튜브 닉네임이 KristaHeartzuz인 13살짜리 소녀의 커버버전. 노래는 둘째 치고 영상 앞뒤로 살짝 살짝 보여주는 미소가 귀엽다. 으흠..
강원도 삼포 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이승우(손병호)는 연이은 은행강도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경찰의 위신을 되살리기 위해 모의훈련을 지시한다. 아무 각본 없이 경찰 중 한명이 강도가 되어 범행의 시작부터 경찰의 진압까지의 과정을 언론에 알리고자 한 것. 제대로만 되면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도 돌아올 것이 분명하고, 비록 잠시 거쳐 가는 자리지만 새로운 서장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는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 다른 배역들은 모두 추첨을 통해 결정되었으나, 가장 중요한 강도 역엔 서장이 직접 지목한 정도만(정재영)이 배정되었다. 그러나 정도만은 일말의 융통성도 발휘할 줄 모르는 백퍼센트 매뉴얼 인간. 그는 정직함의 뚝심으로 도지사의 비리를 추적하다 수사과에서 교통과로 좌천된 인물로, 강도 역할에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