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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논리학 - 김용규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나는 논리적인 글에 굉장히 약하다. 이건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하나는 내가 논리적인 글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약함’이고, 다른 하나는 나 스스로 논리적인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뜻에서의 ‘약함’이다. 논리적인 글과 말은 굉장히 매혹적이다. 왜냐하면 그런 글일수록 반박할 틈을 찾기 힘들며, 따라서 거기에 대해 내가 무언가를 덧붙일 때마다 내 논리적 체계의 바닥과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간은 매저키스트같은 이 성향은 불가항력적인 힘(혹은 대상)과 맞부딪혔을 때 느끼는 일종의 ‘숭고’의 감정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나와 반대되는 견해가 매우 논리적으로 쓰였을 때, 내가 그것을 비판하는 방법은 정념적인 것이 될 수밖에 ..
경계를 무시한 장르의 혼합. ‘하이브리드’는 활용당할 대로 당한 대중음악의 마지막 출구 같다. 물론 잊혀 질 때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또는 반복될) 장르의 순환도 그 해법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White Zombie의 프런트맨이었던 Rob Zombie의 음악은 헤비메탈과 펑크, 그리고 인더스트리얼과 스트링사운드(물론 프로그래밍된)가 혼합된 기묘한 ‘하이브리드’다. 게다가 공포영화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그의 캐릭터까지. 어느새 호러무비계의 재능 있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롭 좀비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전업해서는 곤란하다. 그건 그가 들려주는 음악이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던져주는 기괴함의 정서는 분명 공포라는 감정에 기대고 있지만, 때론 코믹해보이기까지 하다. 이건 마릴린 맨슨이 보여주..
지옥의 메커니컬 기타 트레이닝 - 코바야시 신이치 지음/SRM(SRmusic) 음, 예전에 기타를 그나마 열심히 연습하던 시절에는 참 속주를 과소평가했다(그럼 도대체 무엇을 열심히 연습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음악을 들을수록 연주보다는 곡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찼고, 그런 신념의 변화가 게으름과 어우러져 미천한 손꾸락의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왼손과 오른손이 날아다니지 않아도 연주할 수 있다는 건방진 생각. 지금에 와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나 테크닉의 습득이 표현의 장을 넓혀주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즉 전혀 사용하지 않을 기술이라도 그 기술을 습득하면 이전의 연주들을 좀 더 깊이 있게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메트로놈 160의 프레이즈를 완벽하게 마스터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래서 누구든 파스텔톤으로 포장된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하나쯤은 갖고 싶어 한다. 그것은 냉정하게 돌아볼 때 남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공통의 성장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더 뽀얗고, 더 희미하고, 더 아련하다. 누군가 그건 추억자체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어린(젊은) 자신으로 돌아가고픈 욕망이라 설명했다. 그런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투영한 『초속5센티미터』는 별다른 내러티브도, 눈에 띄는 캐릭터도 보이지 않는 낯선 애니메이션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멀어지게 된 다카키와 아카리의 사이에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초속5센티미터』에선 헤어진 행위 자체보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그리운 감정이 더 중요하다. 다카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