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팝밴드를 꿈꾸며 도쿄로 상경한 순수청년 네기시 소이치. 그러나 대학 졸업 후 그가 몸담게 된 밴드는 어찌된 일인지 과격한 사운드 위에 죽음과 섹스를 부르짖는 데쓰메탈 밴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DMC)다. 네기시는 DMC의 프론트맨 크라우저 2세로,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를 통해 이미 열혈 추종자들을 거느린 인디씬의 스타가 되었다. 여전히 팝밴드를 향한 꿈만은 포기하지 않은 네기시지만 천재적인 무대매너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타연주, 그리고 데쓰메탈과 DMC에 미쳐있는 기획사의 여사장 덕분에 그의 희망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더구나 학창시절 좋아했던 아이카와와의 재회는 그가 처한 상황을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비슷한 음악취향으로 인해 가까운 사이가 되었던 그녀에게 자신이 악마..
냉전체제가 전세계를 지배했던 1957년, 우주개발에 한 발 앞선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이 미국을 묘한 열등감에 빠지게 했던 바로 그때이다. 미국의 작은 마을 록웰에 미지의 비행물체가 추락한다. 그것은 강철로 된 거인. 이를 목격한 어부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오히려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우연히 이 말을 듣게 된 소년 호거스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 강철 거인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호거스는 외계로부터 찾아온 거대한 로봇을 만나게 되고 위기에 처한 그를 도와준다. 이것을 계기로 둘은 가까워진다. 한편 사고 현장에 파견된 정부요원 켄트 맨슬리는 처음엔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목격자의 증언에 의심을 품지만 곧 이것이 사실이라는 단서를 잡는다. 맨슬리는 이 괴물체가 미국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
얼마 전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행사로 저렴하게 나온 버드와이저와 하이네켄 맥주를 여러 캔 사뒀다.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수를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은 한밤중에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아마도 요즘이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사둔 맥주는 매일 밤 홀짝홀짝 한 캔씩 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예전엔 한 캔만 마셔도 배가 더부룩하곤 했는데 요즘은 어째 괜찮다. 시원하게 목을 타는 느낌이 좋다. 날마다 조금씩 늘어날 뱃살이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이번에 사둔 거 다 마신 후 다시 열심히 운동하면 되지 뭐. 오히려 먹고 싶은 거, 마시고 싶은 거, 제때에 못하면 정신건강에 해롭다.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에 가까우니 안주가 굳이 필요 없겠지만 언제부터인지 짭짤한 프링글스를 습관이 되어버린 듯 곁에 두고 마신다..
우선 이 한 명의 독자가 주인공 바리의 고단한 인생을 이해하고 그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관적인 대답. 땅을 마주하고도 우리네 일상의 무관심에 너무 쉬이 묻혀버리는, 저 가깝고도 먼 지역에서 태어난 이 소녀의 비극적인 인생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겁다. 우리가 쉽게 부르짖는 삶의 고난과 불행은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 견주어본다면 어쩌면 한낮 사치스런 자기연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가족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 그리고 이후 그녀를 감싸는 온갖 불행의 씨앗들. 바리를 짓누르는 거대한 슬픔은 풀린 실타래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는 단지 상상 속에만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생한 현실 인식 안에서 태어난 이 소녀의 이야기는 지금도 가까운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실상과 ..
독특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주성치의 신작, . 주성치라는 이름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반 이상의 호감을 갖게 되는 기존의 팬들이라면 뭐 따로 할 말이 뭐가 있으랴. 시공을 초월하는 그만의 만화적 상상력은 에서도 여전하다. 가난한 두 부자, 주성치와 서교가 집안의 바퀴벌레를 놓고 벌이는 대결이나 덩치 큰 두 동급생의 무협영화 같은 결투는 가 소림사 무공으로 축구골대를 부숴버리는 , 온갖 무협 고수들이 그 가공할 실력을 뽐내는 과 여전히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증거가 된다. 여기에 이후로 컴퓨터 그래픽에 더욱 탐닉하는 감독의 취향이 이번 영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CG로 탄생된 일명 ‘장강7호’가 영화의 메인 캐릭터. 이 외계생물체는 단호하게 귀엽다고 말하기엔 약간 꺼림칙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어쨌..
모든 사랑의 사이사이엔 시간이 멈추는 순간 또는 멈추길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 있다. 그 시간만큼은 초현실의 공간, 그래서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공간이 된다. 그러나 째깍째깍 잘도 넘어가는 저 초침을 어떻게든 반대방향으로 돌려보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시간이 흐르면 좋은 순간을 지나 오해의 지점을 건너 견디기 힘든 헤어짐의 단계에 다다르는 것이 모든 사랑의 결말이다. 반대로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길 바라는 순간이 온다면? 방금 여자친구와 헤어진 화가지망생 벤 윌리스(숀 비거스태프)에겐 시간은 멈추길 바라긴커녕 오히려 더디게 흐르는 애물단지이다. 벤이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도 추억이 떠오르지만 그럴수록 고통스런 순간들은 늘어난다. 까만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벤은 하루 중 더 얻게 된 그 시간만..